[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하는 등 커다란 후폭풍에 휩싸여있는 가운데 서울시의회 일부 여당 소속 중진급 의원들이 일본으로 2박3일간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국민의힘 중앙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전면 쇄신론이 분출하는 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까지 민심 이반을 회복시킬 수습책 마련에 고심중인 와중임에도 여당 중진급 광역의원들이 외유성 연수에 나선 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은 공교롭게도 김기현 대표가 보선 후폭풍 최소화와 당 전열 재정비를 위해 2기 지도부 구성을 발표하는 날로, 당 혼란 수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당 지도부와 달리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오는 11월부터는 서울시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 예정돼 있어 서울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시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마저 사고 있다.
16일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취재한 결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중진급 8명이 일본 홋카이도로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사비로 2박 3일 해외연수를 다녀오기 위해 출국했다.
전원이 시의회 중진급 인사들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중에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이 치러졌던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명목은 '해외연수'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보면 거의 관광성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는 전언이다. 이날 예정된 일본의료복지대학 방문 및 시찰을 제외하면 관광명소인 스스키노거리, 오타루시 방문, 온천욕과 맥주공항 견학 등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이번 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A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일본에 온 건 맞지만 개인 볼 일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의원도 "개인 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서울시의회측은 의원들의 개인 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의회 예산도 쓰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비를 들였더라도 외유를 가는 것 자체가 현재의 여권 정국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해외 출장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앙당은 내년 총선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김태우 후보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17.15% 포인트차로 참패한 이후 당 혼란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선거 참패로 총사퇴한 임명직 빈자리를 채우고 전열 재정비를 위한 2기 지도부 구성을 발표했는 가 하면 조만간 내놓을 민심 수습을 위한 쇄신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윤 대통령까지 나서 민심 수습책 마련에 고심하는 등 당과 대통령실 모두 보선 참패이후 혼란스러운 당을 추스르는데 총력전을 펴는 상황에서 전국 최대 광역의회인 서울시의회 여당 소속 중진급 의원들이 한가하게 해외 관광을 간 건 현 정국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3일 보선 참패에 대해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토로했으며, 이날 페이스북에선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약자를 보듬고 생활을 챙기는 애민의 정치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수도권 위기론까지 고조되는 등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당 전체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전면 쇄신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외유성 출장을 강행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와 관련된 안전성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일본을 관광지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게다가 서울시의회는 오는 11월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있다. 국정감사에 버금가는 행정사무감사를 목전에 두고 시정 감시와 견제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관광을 떠나는 건 시의원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서울시민은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데다 오늘(16일)은 서울시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일인데 아무리 사비를 들였더라도 시의회를 비워두고 북해도로 날아간 이유를 모르겠다"며 "그동안 각종 공기관 등의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해 추상같이 혼을 내고 징계 운운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의원 본분을 망각한 채 외유에 나섰다니 심각한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중앙당 핵심 관계자는 "일단 자세한 진상 파악을 위해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당무감사를 실시하게 되면 결과를 보고 징계 요청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중앙당 차원의 진상 파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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