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장난이라고 무시하기에는 가짜뉴스 폐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하고, 허위사실을 기사화해 주가를 폭락시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메타와 X 등 빅테크에 허위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경고했고 브라질과 인도, 일본 등은 가짜뉴스 검열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근원지로 의심받고 있는 중국도 최근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하고 1만개 이상의 불법계정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짜뉴스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가짜뉴스 추적기관 뉴스가드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뉴스사이트가 한달 새 465%나 급증했다.
사실이 아닌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의도를 가지고 거짓정보를 유포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임에도 최근 가짜뉴스였으면 하는 기사가 많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관련 내용이다.
전쟁 기사에서 폭격, 사망, 시신이라는 단어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 참수, 아이, 여인이 더해지면 끔찍하다. '아이 시신 40구 발견, 일부는 훼손' '전체 사망자의 20%가 어린이' '불탄 아이' '목 없는 시신' 등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공격 당시 하마스 대원들에게 '최대한 많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기사도 나왔다. 사실이겠지만 거짓이기를 바라는 내용들이다.
전쟁은 더 격렬해질 것 같다. 이미 4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1만명을 넘었지만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고, 이란이 참전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중 어느 쪽이 더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글로벌 네티즌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래도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은 있다. 민간인들의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상 뉴스를 많이 접하지만 피하고 싶은 기사도 많다. 최근에는 자녀를 빼앗긴 아버지들의 모습이 많이 아팠다. 하마스에 끌려간 딸이 보고 싶다는 이스라엘 아버지, 폭격으로 사망한 자녀를 안고 있는 팔레스타인 아버지의 슬퍼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빨리 끝나기를 원하는 바람과는 달리 전쟁은 더 확대될 것 같다. '차라리 가짜였으면' 하는 기사가 더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국제부장 경제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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