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이날 쿠팡 군포캠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3일경 숨진 택배기사는 과로사로 숨졌다"며 쿠팡에 책임을 추궁했다. 노조의 '과로사 추궁'은 지난달 60대 택배기사 A씨가 배송지에서 사망 이후 10일 이상 각종 기자회견과 집회에서 이어져 왔다. 당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구두 소견으로 그간 지속적으로 앓아온 질병으로 인해 2배 이상 커진 '심장 비대증'을 사인으로 밝힌 바 있다. 의학계 일각에서도 "유전적 요인과 기저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만은 "심근경색 등은 과로사의 대표 증상"이라며 과로사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택배노조의 계속되는 '과로사 추궁'에 쿠팡은 이날 "쿠팡 사업장은 어느 기업보다 안전하다"며 다양한 근거 자료와 함께 반박에 나섰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반(2018년~2023년 6월)까지 국내 고용 상위 20대 기업 가운데 20대 기업에선 산재 사망자가 219명 발생했지만, 쿠팡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쿠팡의 근로자 수 1만명 당 발생하는 사망자 비율은 0.026명으로, 10대 기업 근로자 평균 사망 만인율(0.652명)이 쿠팡보다 25배 높았다. 실제 고용인원이 6만명이 넘는 쿠팡은 고용인원이 3~4만명대인 대우건설(26명), DL이앤씨(12명), 한국철도공사(16명) 등 대부분의 기업과 비교하면 산재 사망자가 미미하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물류운송업계에서도 산재 사망자가 지난 5년(2018년~2022년)간 400명 이상 나왔다.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 등 최대 규모의 물류망을 쿠팡이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재로 인한 사망자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계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에 오를 정도로 보편적이지만, 택배노조가 매번 택배기사가 숨질 때마다 이를 '과로사'로 단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암(8만3378명)이지만, 2위가 심혈관계 질환으로 6만9033명으로 집계됐다. 매일 189명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질병으로 사망한다는 셈이다. 이처럼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심혈관계 질병을 앓는 절대적인 환자 수가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심장질환 환자는 162만명(2020년 기준)이고, 뇌출혈 같은 뇌혈관 환자도 지난해 117만명이었다. 최소 267만명 이상이 심혈관계 질환 환자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택배노조의 경우 CJ대한통운·로젠·한진 등 여러 택배사 대리점 소속의 택배기사 사망 사건이 나올 때면 지병 여부와 사인, 업무와의 명확한 연관성에 무관하게 과로사를 앞세워 기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택배 현장에서는 "노조의 무분별한 과로사 추궁이 비노조 기사들과 입점 파트너, 고객들에게 혼선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과로사 등 노조의 무분별한 '책임 씌우기'를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노조의 '묻지마식 마녀사냥'이 확대될 경우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장년고령층 채용와 소비자 피해 등 산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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