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인 뒤 마약음료 공급 후 학부모 협박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이를 빌미로 학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일당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강대현·김소연 판사)는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길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25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길씨는 자신이 제조한 음료가 학생들에게 제공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죄책감 없이 100병에 이르는 마약음료를 제조했다"며 "만일 범행이 더 활발하게 진행됐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수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필로폰 투약 사범의 1회 사용량이 0.03g이지만, 마약음료에는 1병당 최소 1회 사용량의 3.3배에 달하는 0.1g가량의 필로폰이 함유됐다"며 "한 번에 다량의 필로폰을 투약할 경우 급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불안과 흥분, 환각과 망상을 수반하는 착란상태에 빠지거나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적용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투약하도록 한 자에 대해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범행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유형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피고인에 대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김모씨는 징역 8년, 박모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는 각각 4676만원, 1억6050만원의 추징 명령도 내려졌다. 이모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지난 5월 강남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 행사를 여는 것처럼 속인 뒤 미성년자에게 마약음료를 마시게 하고, 이를 신고한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 13명이 해당 음료를 받았고, 이 중 9명이 음료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의 나이는 15~18세로, 이들 중 6명은 환각증상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변작해 학부모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를 받는다. 김씨는 차명 계좌로 1542만원을 입금받아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은닉하고, 길씨에게 수거하게 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다. 이씨는 이번 사건을 주도한 중국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범죄단체가입)로 재판에 넘겨졌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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