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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델프트(네덜란드)=장유하 기자】 농기계 기업 대동이 중대형 트랙터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해외 브랜드 '카이오티(KIOTI)'로 북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데 이어 유럽을 '제2의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대동은 오는 2028년 유럽법인 매출을 3500만유로(약 5000억원)까지 확대, 전체 실적 중 유럽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델프트시 한 호텔에서 열린 '2023년 카이오티 유럽 총판 대회'에서 강승구 대동 유럽법인장은 "중대형 트랙터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신사업도 추진해 유럽법인 매출의 퀀텀점프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동은 그간 6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를 앞세워 북미 시장을 개척해왔다. 북미는 코로나19 이후 취미로 농장을 가꾸는 '하비 파머'가 증가하면서 대동이 주력하는 중소형 트랙터 수출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북미 중소형 트랙터 시장에서 대동 점유율은 8%까지 증가했다. 북미 실적 역시 빠르게 늘었다. 실제 지난해 대동 매출 1조4637억원 중 60%가량인 8323억원이 북미 시장에서 나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누적 매출 8358억원 중 절반 이상인 5050억원이 북미에서 발생했다.
반면 유럽 시장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해 대동 유럽 매출은 630억원으로 전체 실적 중 4%에 불과하다. 유럽 트랙터 시장 점유율 역시 2%를 밑돌고 있다. 이는 대동 주력 제품이 소형 트랙터인 반면 유럽 트랙터 시장은 60마력 이상인 중대형 비중이 70%에 달하는 탓이다.
강 법인장은 "수량으로만 따지면 북미 트랙터 시장이 유럽보다 크지만, 북미는 대부분 중소형 트랙터이기 때문에 금액으로는 유럽 시장이 더 크다"며 "한국과 북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했고, 더 빠르게 성장하기엔 어려운 여건이므로 유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동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중대형 트랙터 라인업을 강화,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동 본사와 유럽법인 임직원으로 구성된 '유럽 사업 활성화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60일간 유럽 20여개국에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국가와 권역별 세부 사업 성장 전략을 수립했다.
또 100~140마력 대형 트랙터 HX시리즈를 국내에 먼저 선보인 뒤 올해 초부터 유럽에서 시범 판매하기 시작했다. 내년 1·4분기부터는 신형 RX트랙터(60~80마력), HX트랙터 중 프리미엄 모델인 'NEW HX1301(132마력)', 'HX1401(142마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에서 130~140마력 트랙터를 선보이는 건 국내 농기계 업체 중 대동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역량 있는 총판(수입판매사)에 대한 지원과 함께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판매 우수 총판과 딜러를 한국에 초청해 대동 생산 및 연구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5200만유로(약 730억원)로 예상되는 유럽법인 매출을 내년 1억유로(약 1400억원)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오는 2028년까지 35억유로(약 5000억원)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유럽법인 매출에서 중대형 트랙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20%대에서 2028년까지 50% 이상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 법인장은 "중소형 트랙터로 유럽 시장에서 기반을 다져왔으며, 이젠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로 중대형 트랙터에서 또 다른 성장 스토리를 쓸 것"이라며 "유럽을 대동그룹 기존 사업과 미래 사업 전초기지로 만들어 2028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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