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초과이익, 2·3금융 재원으로…"서민금융 공급여력 확대" [금융권 역할 재편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5 19:33

수정 2023.11.05 20:26

서민금융 효율화방안 내달 발표
은행 출연금 늘리고 저축銀은 줄여
저신용·자영업자에 집중 투입 가능
대부업도 손질, 은행차입 원활하게
은행 초과이익, 2·3금융 재원으로…"서민금융 공급여력 확대" [금융권 역할 재편된다]
제1금융권의 '초과이익'이 2·3금융권 및 정책금융에 투입되면서 간접적으로 서민금융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이 12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과점체계를 직격하는 동시에 소상공인·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당부함에 따라 발표 내용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의 상생금융이 결국 주고객인 '고신용자'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이제는 직접공급이 아니라 간접공급 방식으로 '저신용자' '자영업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기부금을 2·3금융권 재원으로

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이 발표할 상생금융 정책은 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금융기관에 출연금을 더 부담하는 대신 2금융권의 출연 부담을 줄여 시장의 서민금융 공급여력을 늘려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금융업계 맏형 격인 은행권이 고금리 기조하에 안전한 여수신 영업으로 '앉아서 벌어들인' 수익을 정책금융기관과 2·3금융권 신용공급 자금으로 흐르게 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보증부대출이 늘고 공적보증기관의 대위변제금액이 급증한 만큼 은행들이 보증기관과 정책서민금융기관에 대한 출연금을 더 부담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동시에 영업적자를 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는 상대적으로 출연금 부담을 줄여줘서 중소서민금융 공급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큰 축은 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내는 출연금을 확대하는 것이다.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서금원 보완계정 출연요율이 현행 0.03%에서 0.06%로 오를 경우 은행은 1100억원을 추가로 분담해야 한다. 0.1%로 상향될 시 2600억원을 더 내야 한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안이 통과되면 금융권 출연금액이 3600억~5100억원으로 당초(25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은행들의 초과이익을 산정해 추가 부담금, 즉 일종의 횡재세를 내게 하는 민병덕 의원안이 통과되면 서금원 자활계정이 연간 6500억원 더 많아진다. 정무위 검토 결과 은행들이 직전 5년간 이자순이익의 120%(49조3645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경우 그 차이(지난해 이자순수익 55조9389억원-49조3645억원)만큼을 초과이익으로 계산하면 은행은 연간 6547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은행 출연금이 오르면 경영상황이 어려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출연금을 조정할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올해 서금원 보완계정 2693억원 중 은행이 1147억원, 상호금융이 741억원을 내고 저축은행 447억원, 보험사 197억원, 여전사가 161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시장에서 중소서민 신용공급을 담당하는 2금융권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서금원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묘안이다.

■12월 민관 新서민금융안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신용보증재단을 비롯해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요율을 지금보다 상향 조정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보증을 담당하는 지역신보의 경우 은행권 출연요율이 0.04%로 법정 상한선(0.1%)보다 낮게 운영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요율도 법정 상한선(0.3%)보다 낮은 0.225%, 0.135%로 각각 책정돼 운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소상공인, 영세기업 등 취약계층 지원을 강조한 만큼 법정 상한선 내에서 요율을 상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고금리 대부업 '전주(錢主)' 역할을 한다는 오명으로 은행들이 기피해왔던 대부업체에 대한 자금공급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대부업계는 지난 1일 간담회를 갖고 우수 대부업 제도 개편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우수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지 않게 은행권 자금차입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맞물려 민관 서민금융, 소상공인 정책금융에 대한 제도개선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최저신용자특례보증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출발기금이 대표적이다.
기존 서민대출 심사에서 거절된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에게 500만원을 빌려주는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경우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을 포함, 총 9곳에서만 취급돼 공급채널이 적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채권을 매입해 상환일정을 조정하고 원금감면을 지원해주는 새출발기금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새출발기금의 채권매입 누적 금액은 1조 8106억원으로 연간 전체 목표치(15조원)의 12.1%에 그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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