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업체 차리고 보이스피싱 피해금 전달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정금영 부장판사)은 지난달 18일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일당 2명에게 각각 징역 4년, 5년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5월께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서 1360만원을 전달받아 순차적으로 다른 수거책에게 피해금을 전달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가 1차 수거책에게 피해금을 넘겼으나 경찰이 중간 수거책을 붙잡으면서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고향 선후배 사이로, 마라탕 소스 관련 사업을 하던 중 알게 된 지인에게 마라탕 소스를 공급하기로 하고 대금을 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이 마라탕 소스를 공급받기로 한 지인을 베트남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으며, 메신저 친구로 추가한 후 2회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라는 진술을 지적했다. 명함을 받지 않았고 업체명도 모르며 정식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지인이 피고인에게 2억원이 넘는 마라탕 소스 대금을 선지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이들이 3일 동안 7회에 걸쳐 2억6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고, 30여분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일정한 패턴없이 현금을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일반적인 물품 대금 지급 방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들이 차렸다는 마라탕 소스 업체 사무실에는 책상 2개와 컴퓨터 1개, 계수기, 금고 외에 특별한 집기도 없고 정상적인 영업을 했다는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에 필요한 사무실 계수기 금고 등 물적 시설을 미리 마련하는 등 피해금의 전달 내지 송금을 사업화해 범행에 가담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따라 진술을 변경하거나 이 사건과 관련성이 낮거나 그 신빙성을 확인할 수 없는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는 등 범행 후에 보인 태도도 불량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봤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피해금도 피해자에게 모두 반환됐다"며 "피고인들은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고 유리한 양형 이유를 판시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현금수거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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