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스케스 '거울을 보는 비너스'에 망치 테러
[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17세기 벨라스케스의 그림이 기후 시위대 두 명에 의해 파손됐다. 이들의 나이는 20대 초로, 파손 행위 직후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런던 경찰은 기후 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시위대 두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두 사람의 신원은 하난(22)과 해리스(20)다.
사건 당일 두 사람은 단체명이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주황색 안전망치로 작품 위에 덧대어진 보호 유리를 파손했다. 사진 속에서 그림 위 보호유리 곳곳이 금이 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지난 1914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 메리 리처드슨이 동료가 체포된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훼손된 이력이 있는 작품이다.
단체는 약 110년 전 발생한 사건을 거론하며 "여성은 투표를 통해 참정권을 얻은 것이 아니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 즉 '저스트 스톱 오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정치는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1914년엔 여성을 실망시켰고, 지금도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새로운 석유와 가스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오는 7일 영국 정부가 국왕 의회 연설을 통해 발표할 '북해 석유 가스 신규 개발 승인 계획'을 겨냥해 한 것이다.
단체는 끝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석유 사용을 멈춰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경찰은 정부청사(화이트홀) 앞 도로를 천천히 행진한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대 약 40명을 체포했다.
매체에 따르면, 올해 도입된 영국의 공공질서법 7조에 의하면 경찰관과 교전하지 않는 시위자도 체포될 수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주요 국가 기반 시설의 사용이나 운영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체포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시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개인이 대중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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