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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고의성 밝혀내야 피해자? 법 손질 나선 국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0 07:00

수정 2023.11.10 07:00

정부 다섯차례 대책 발표에도
지원 못받는 사각지대 여전
'임대인 고의성' 입증 어려워
野, 요건 완화한 개정안 발의
전세사기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지 1년여 지났지만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대책을 다섯 차례 발표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신규피해가 발생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잇단 발생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개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여부가 주목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음에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피해자' 범주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부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이 부결된 사례 중 94%(530건)가 임대인의 고의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었다.
전세사기의 경우 임대인의 '사기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데, 현행법에는 이러한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국회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4가지 중 임대인의 '고의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피해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피해자 요건 중 나머지 3개의 요건인 '△전입신고를 마치고 확정일자 갖추기 △임대차보증금 3억 원 이하(시도별 여건 따라 2억여원 내로 상향 조정 가능) △다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 발생 혹은 발생 예상'을 갖추고, 임대차계약 종료 후 3개월이 경과하는 날까지 임차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을 피해자 유형에 추가하자는 의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정부의 피해자 구제가 미진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지원 대책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 말은 그럴싸 한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맹탕"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재정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우선 지원을 해야한다는 입장으로, 피해보상 범위를 넓히자는 이번 법안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한정된 재원내에서 보상액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양한 유형의 사기 피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보상이 특혜로 비치면 사회적 반감을 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 "피해예방 모니터링 강화를"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통화에서 "피해자 보상 범위를 넓히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적 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입자 보호 측면에서는 괜찮은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모든 보상을 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피해자 보상보다는 예방책 마련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보상책들이 임차인에게는 와닿지 않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지원책만 내놓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예방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신경을 쓰는 것이 입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전세대출 과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필터링이 미약했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부문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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