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AI와 노동시장 변화’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한 AI...소프트 스킬 배워야
팀워크, 사회적 기술, 의사소통 갖춘 근로자 임금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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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한 AI...소프트 스킬 배워야
팀워크, 사회적 기술, 의사소통 갖춘 근로자 임금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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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인공지능(AI) 기술의 가파른 성장세가 고학력, 고임금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일반의사, 전문의사, 회계사 등 이른바 전문직종의 업무가 AI기술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소프트스킬’ 즉 의사소통이나 팀워크 능력 등 사회적 기술을 가진 인력의 임금이 상승하고, 관련 교육의 중요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AI기술 고도화로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의 노동시장 내 불안정성이 커졌다.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등 기존 기술이 단순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 것과 상반된다. 세탁기의 발명이 ‘빨래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던 시대는 저물고, AI가 일반 의사의 업무량을 급감시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용 없는 미래' 우려
보고서는 ‘AI가 생산성 증가를 가져오지만 ‘고용 없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며 어떤 일자리가 먼저 AI에게 대체될지와 AI가 노동시장과 임금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먼저 특허 정보를 활용하여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했다.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task)가 해당 직업(occupation)의 업무와 얼마나 겹치는지 나타낸다.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2%에 달한다. 보고서는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동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해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 수를 추정했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해당 일자리는 약 398만개(전체 일자리의 14%)로 늘어난다.
AI 노출 지수가 가장 높은 일자리 즉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이 꼽혔다. 해당 직업의 업무는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화할 수 있다. 반면 △기자(상위 86%) △성직자(98%) △대학교수(98%) △가수 및 성악가(99%)는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업무 수행에 있어 대면 접촉, 사회적 관계 형성이 필요한 직업의 대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산업별 기술 정착부터 규제까지 미지수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전문과학기술△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정보통신업의 무선 네트워크, 제조업의 장비·모니터링 솔루션 등에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직업과 마찬가지로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의 AI 노출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며 기업의 AI 활용도 여전히 초기 단계”이므로 “현시점에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제를 붙였다. AI 기술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개별 산업에 어떻게 정착할지에 관한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AI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지도 미지수다.
보고서는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도입이 지난 20여년 간(2000~2021년)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해 AI 기술의 영향을 전망했다. 산업용 로봇은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percentile)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이 12%p 줄고, 임금 상승률은 5%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는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은 7%p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2%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향력이 A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소프트웨어와 유사하다고 가정할 때, AI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 높을 경우, 관련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p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이 2%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간만이 할수 있는 '사회적 기술' 각광
AI 기술은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세탁기의 발명이 세탁기 수리기사, 배송기사의 업무 창출로 이어졌다. 오삼일 팀장은 “STEM(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matics)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나 동시에 소프트 스킬에 대한 수요가 큰 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할 수 없는 일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소프트 스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소프트 스킬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임금 상승에 있어 더 많은 혜택을 봤다는 연구도 나왔다”며 “여러 이론은 있지만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AI와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한 스냅샷을 보여주기 위해 BOK이슈노트를 냈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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