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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다들 바꾸던데 나도 환전할까?” 33년 만에 엔저에 '엔테크' 열풍 분다[기똥찬재테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8 05:59

수정 2023.11.18 11:31

통화완화 유지하는 日
원·엔 환율 최근 850원대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

엔테크 열풍에 엔화예금 잔액 폭등
환전 수수료 꼼꼼히 따져야
엔선물·일본주식ETF도 투자처

큰 돈 벌겠다는 생각은 위험
투자 비중 낮추고 분할매수해야
엔저 길어질수록 기회비용은 커져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3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폭락’. 최근 경제 뉴스를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수식어인데요. 모두 역대급으로 하락한 ‘엔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오랫동안 긴축 기조를 이어온 것과 달리 일본은 장기 저물가 처지에 놓이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엔화 환전, 엔선물ETF 등 다양한 ‘엔테크’ 활용법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연일 저점을 찍고 있는 ‘엔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엔테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00엔에 850원대...“33년 만에 가장 싸다”
네이버 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 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엔화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부터 살펴봐야겠죠. 원·엔 환율은 연초 900원 후반대에서 등락하다가 최근 860~87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지난 16일 100엔당 재정환율은 전일대비 6.69원 내린 856.8원으로 집계돼 2008년 1월 10일 기록한 855.47원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날 오후 한때는 850원 초반까지 내려가기도 했죠. 지난 6일에는 867.38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경신한 지 열흘 만에 10원 넘게 떨어지는 등 최근 하락폭이 매우 큽니다.


이같은 엔화 하락은 BOJ가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 10월 31일 열린 BOJ의 통화완화정책 유지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인데요. 최근 경기 부진까지 겹치며 엔화 약세 흐름은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3·4분기 일본의 국내 총생산은 전분기 대비 0.5%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습니다. 이에 지난 1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장중 151.92엔 가까이 떨어지며 지난해 최고치인 10월(151.94엔)에 근접했는데요. 만약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넘어서면 엔화 가치는 버블 경제가 붕괴한 지난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최저치를 찍게 됩니다.

■엔화예금에 일평균 '80억엔' 쏠린다
“엔화, 다들 바꾸던데 나도 환전할까?” 33년 만에 엔저에 '엔테크' 열풍 분다[기똥찬재테크]

약세 흐름을 보이는 엔화에 국내 투자자들도 열렬히 호응 중입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4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1조1708억엔으로 전월말(1조488억엔) 대비 11.6% 늘어났습니다. 2주 만에 1220억엔 늘어난 수치로 일평균 80억엔에 달하는 자금이 엔화 투자에 쏠린 것인데요. 연중 최저치였던 지난 4월 말과 비교하면 95.9%(5730억엔) 급증한 수치입니다.

이에 이달 엔화예금 월별 증가폭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입니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올해 1월(7583억1766만엔)부터 4월(5977억6309만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4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달 남은 기간에 일평균 80억엔 가량의 자금이 몰릴 경우 11월 한 달 동안 늘어난 엔화예금 잔액은 2600억엔으로 지난 6월(2133억엔)을 상회하게 되는 거죠.

■가장 안전한 엔테크 '엔화 환전'..."환전 수수료 비교해야"
“엔화, 다들 바꾸던데 나도 환전할까?” 33년 만에 엔저에 '엔테크' 열풍 분다[기똥찬재테크]

저점에 머무는 엔화에 투자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엔화를 환전하는 것입니다. 원화를 은행 앱 등을 통해서 엔화로 바꾸는 것인데 소액일 경우에도 편하게 환전할 수 있고 차곡차곡 모으다가 여행 자금 등 필요한 순간이 생기면 출금해서 쓸 수 있죠. 환율 차이에 대한 이익, 즉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죠. 다만 환전 수수료 때문에 전부 다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환전하기 전에 수수료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은행에서 환전 수수료가 가장 싼지 궁금하다면 은행연합회의 외환길잡이 사이트에 접속해서 확인하면 됩니다. 현재 산업은행이 1.5%, 나머지 시중은행이 1.75%로 환전 수수료 자체는 산업은행이 가장 저렴합니다. 그러나 각 은행들의 모바일 앱에서 환전을 할 경우 우대를 해주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신한은행의 경우 최대 우대율이 90%까지 올라갑니다. 실제 환전 수수료가 1.75%였는데 90% 할인되면 실제 내야 하는 수수료는 0.175%가 되는 거죠.

또 환전하고 보관하는 예금통장의 경우 이에 대한 수수료가 붙게 되는데요. 각 은행별로 운영 중인 ‘환전주머니’를 활용하면 별도 수수료 없이 필요할 때 일반 영업점에서 인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천공항에서 환전할 경우 같은 은행이어도 수수료가 비쌀 수 있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앞으로 엔화 오를텐데..." 엔선물ETF도 투자처
네이버 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네이버 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원화로 엔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굳이 원화를 엔화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 계좌 속에 들어 있는 원화로 엔화를 가지고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건데요. ‘엔선물ETF’를 보면 좋습니다. 선물은 ‘이 가격에 살 거야’라고 결정해 놓고 나중에 물건을 받는 걸 의미하는 건데요. 엔화가 지금 저점에 있으니까 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내다보고 미래 특정 시점에 인수할 엔화를 미리 매수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엔선물ETF’로는 미래에셋에서 만든 ‘TIGER 일본엔선물ETF’가 있는데요. 1주에 8300원 수준으로 소액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좋습니다. 펀드이기 때문에 수익금의 15.4%를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IRP, 연금저축, ISA 계좌를 활용하면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연보수도 0.25%지만 일할 계산되기 때문에 1년보다 짧게 보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습니다.

원화로 국내에 상장된 일본ETF를 사는 법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주로 활용하는 토픽스(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일본 내 기업들의 주가지수), 니케이(도쿄 증권 거래소 1부 상장 종목 중 거래가 활발하고 유동성이 높은 225 종목 선별)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는 방법인데요. 대표적으로 KODEX일본TOPIX100, 미래에셋의 TIGER 일본225 등이 있습니다. 두 상품은 모두 환 헷지가 되지 않은 상품이라는 특징을 갖는데요. 우리가 '지금 엔화가 싸고 나중에 더 비싸질 거야'라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헷지를 시키지 않고 노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헷지가 안 되어 있으면 지금은 저렴한 엔화가 시간이 지나서 오를 경우 토픽스, 니케이지수 등이 오르는 것에 더해 엔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까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환율 투자는 고난이도..."투자 비중 낮추고 분할매수로 접근해야"
일본 엔화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일본 엔화 ⓒ 로이터=뉴스1 /사진=뉴스1

이같이 엔화 투심이 커지면서 매수 타이밍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환율 투자는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각국의 수많은 통화정책, 역학관계의 결과물이 환율인 만큼 전제조건이 엄청 많고 복잡하기 때문인데요. ‘지금 엔화가 저점이라고 난리던데 이번 기회에 큰돈을 벌어야지’라는 태도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짜릿한 투자수익율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환율 투자는 환율이 오래 횡보할수록 기회비용이 커지는데요. 현재 엔화예금의 경우 마이너스금리라서 이자를 한 푼도 받을 수 없지만 달러, 원화는 가치가 크기 때문에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저축은행 예금 등 4~5%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투자법이 매우 많습니다. 나중에 3~40% 가격이 뛴다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오래 엔화가 저점에 머물 경우 기회비용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엔화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지 않고 분할매수를 통해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환율 투자 자체의 난이도가 높고 엔화가 반등할 가능성은 높지만 일본 경제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아 기대 수익률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높이려는 일본은행의 행보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 엔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해제되는 시점은 내년 중순쯤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제시되고 있는데요. 과연 엔화는 얼마까지 떨어지게 될까요.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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