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다큐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도 소개됐던 필리핀 대표 축제 '파낙벵가 페스티벌'(일명 바기오 꽃축제)에 이춘희 한국전통민요협회 공연단이 외국 공연단으로는 유일하게 단독 초청 공연을 펼치게 됐다.
이번 공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보유자인 이춘희 명창(76)을 단장으로 그의 제자인 김명순·유명숙 명창, 한국전통민요협회 공연단, 부지화 공연단(단장 황진경), 모던타악 그룹 ‘소나타'(단장 표선아) 등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거리 퍼레이드 및 별도 공연 무대를 꾸밀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들의 공연은 파낙벵가 페스티벌이 절정을 이루는 내년 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파낙벵가 페스티벌은 1990년 바기오시에 고통을 안겨 주었던 지진으로 주민들의 슬픔을 달래고 기념하기 위해 1996년 2월 처음으로 시작됐다. 축제명으로 사용된 ‘파낙벵가’는 필리핀 지역어 중 하나인 칸카나이어로 '활짝 피어나는 계절'이라는 의미다.
이 축제는 필리핀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화훼 페스티벌로 매년 2월 1일부터 한달간 펼쳐진다. 축제 기간에는 필리핀 전통 민속춤과 노래, 아름다운 꽃 장식,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지는데, 필리핀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해마다 100만여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춘희 명창과 연합공연단은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에 참가해 한복의 아름다움과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 이와는 별도로 필리핀 최대의 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관객들을 위한 별도의 국악 공연 무대도 추진 중이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이춘희 명창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 주제곡으로 사용된 '이별가'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이 명창이 긴 호흡으로 부른 느린 박자의 경기민요 '이별가'는 임권택 감독 특유의 영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가슴에 아름답게 각인됐다. 특히 천재화가 장승업이 멀리 떠나는 장면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담은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 노래는 이춘희 명창의 품격 있는 목소리가 더해져 한 편의 아름다운 뮤직비디오 같은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안비취 명창(1926~1997)과 이창배 명창(1916~1983)의 소리를 고스란히 잇고 있는 이춘희 명창은 오랫동안 국립국악원 민속단 지도위원과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2000년), 문화체육관광부 화관문화훈장(2004년), 조선일보 방일영 국악대상(2014년) 등을 받은 바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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