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K-콘텐츠가 불러온 한식 열풍… 음식 아닌 문화로 글로벌 대중화 나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27 09:22

수정 2023.11.27 09:22

‘할매니얼(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의 합성어)'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약과가 최근 해외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SNS로 인해 콘텐츠 확산이 거의 실시간화되면서 한국에서 인기 있는 먹거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에서도 유행을 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대세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일명 K-컬처라고 하는 한국 콘텐츠의 힘이 크다. K팝 스타가 먹은 음식, 한국 드라마에 나온 음식을 궁금해하고 직접 맛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BTS 정국의 막국수 레시피를 들 수 있다. 정국이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꼬소한 불마요 들기름 막국수’라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하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최근 미국에서 냉동 김밥 열풍이 일어난 것 또한 맛과 편리함, 건강함 등의 이유 이외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더글로리’와 같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속 김밥을 먹는 씬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3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 중에서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은 분야는 ‘음식’으로 나타났다. 뷰티, 음악, 패션, 영화, 드라마가 그 뒤를 이었다. 음식은 카테고리 특성상 그 자체로도 콘텐츠가 되지만 다른 문화 콘텐츠의 인기로 인한 배후효과를 통해 호감이 경험으로 이어지기 쉬운 영역이기도 하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은 이제 더 이상 전통 한식에 머무르거나, 음식 그 자체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남아에서 K-레트로 스낵 주문량이 작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약과를 비롯한 전통 한과와 김 제품, 견과류, 간식류가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또한 K-푸드의 대표 주자인 라면은 올 1~9월 수출액이 6억 9728만 달러에 달했으며, 지난해 막걸리 수출량은 1만 5396t으로 2020년 1만 2556t과 비교해 22.6% 증가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 K-컬처에 대한 인기가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회를 틈타 정부와 식품 기업들은 한식의 대중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는 음식 자체를 소개하고 맛보는 것 이외에도 한국 음식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서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의 주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에서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식문화 홍보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한식을 음식이 아닌 문화로써 본연의 가치를 세계 곳곳에서 직접 소개하고자 기획된 캠페인이다. 2023년에는 한식문화 홍보 캠페인 ‘HANSIK: That’s SOBAN’으로, 글로벌 MZ 세대를 겨냥해 음식을 즐기는 절차와 방식, 시공간적 환경 등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한국인의 문화를 소개했다. 특히 비빔밥 등 전통 한식이 아닌 최근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간식류를 중심으로 ‘다과상’, ‘주안상’ 등의 한식 한상차림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4월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위크 기간 동안 선보인 반짝매장(팝업스토어) ‘한식트램’에서는 한국의 전통 다과상을 제공했다. 이탈리아 명물인 트램에 한국의 단청 문양 모티브를 랩핑해 밀라노 중심부를 순회하며 디자인위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미(美)를 알렸으며, 한식트램 탑승자에게는 전통 소반의 종류인 호족반과 나주반을 소개하고 다식, 매작과, 개성약과 등의 다과를 맛볼 수 있게 했다.

동남아 한류 중심지인 자카르타에서도 캠페인이 진행됐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자카르타 센트럴파크몰에서 한식문화 반짝매장(팝업스토어)을 운영했다. 다과상 체험을 비롯해 전통문화 포토존, 미니소반 만들기, 한방약차 티백 만들기, 전통놀이 체험콘텐츠 등 전시와 체험을 총망라한 반짝매장(팝업스토어)으로 현지인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 참여한 현지인들은 “소반 문화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출연자가 맛있게 먹던 약과를 꼭 한번 먹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직접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콘텐츠에서 보인 한식이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소비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맥락 안에서 음식이 등장하고 특정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한식의 식사법, 음식 철학, 지리적 역사적 배경, 음식을 둘러싼 한국인의 고유한 하지만 세계인에게도 적용 가능한 정서 등을 잘 디자인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음식을 통한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태완 전통생활문화본부장은 “캠페인을 진행하는 해당 국가가 가진 특유의 문화적 향유 방식을 고려함과 동시에, 한식에 담긴 의미와 문화적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진)밀라노 시내를 운행한 한식 트램 내 다과상 전시
(사진)밀라노 시내를 운행한 한식 트램 내 다과상 전시


(사진)자카르타 한식문화 반짝매장(팝업스토어)에서 다과상체험을 즐기는 현지인
(사진)자카르타 한식문화 반짝매장(팝업스토어)에서 다과상체험을 즐기는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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