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배상 관련 논의 시작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고령층 대상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은행·증권사 전수조사를 벌이는 가운데 배상 관련 논의도 본격 시작됐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분쟁조정 당시 만 65세 이상과 80세 이상의 배상비율이 각각 5%p, 10%p로 차이가 있었던 만큼 비슷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이전 ELS 상품 가입 여부로 위험성 인지 정도를 구분해 배상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은행·증권사가 홍콩 ELS를 불완전판매했는지 전수조사하고 있다. 통상 3년 만기로 운영되는 ELS는 장기간 지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만기시점에 기초자산 가격이 판매시점 대비 35~55% 이상 떨어지면 손실이 커진다. 이에 따라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데 65세 이상 고령층에 판매할 때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안내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는 판매시점에 1만을 넘었지만 지난달 23일 기준 6075.19로 떨어진 상태다. 은행에서만 15조8860억원이 판매된 만큼 내년 상반기 만기 때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자기책임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불완전판매 여부는 발본색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퇴자금은 안전한 운용 등을 목적으로 은행 창구를 방문한 고령의 금융소비자에게 은행 직원이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부터 판매된 홍콩 ELS 상품 14조원 중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불완전판매 정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 재투자를 원하는 고령층에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면 절차상 문제가 없더라도 적합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노후보장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의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설명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 은행 불완전판매가 드러날 경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손실액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한다. 지난 DLF·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 사태 당시 금융회사는 손해액의 40~80%를 배상했다. 기본 배상비율은 직원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와 부당권유, 적합성 원칙을 고려해 결정된다. 여기에 가입 당시 투자자의 연령과 재가입 여부 등 자기책임 사유를 기준으로 최종 배상비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와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받았다면 불완전판매 배상 때 5~15%p의 추가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다. ELS 재투자 이력에 따라 배상액은 최대 10%p 줄어들 수 있다. 투자자 본인이 그만큼 고위험 상품이라는 걸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편 대규모 투자상품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이 나서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자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요즘 65세 이상의 고령층은 전통적 의미의 노인들과 다르다"며 "젊게 사는 은퇴인구도 많은데 가입 당시 나이만 보고 더 보상해준다면 '공정' 이슈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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