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9개 입시학원 등에 시정명령·과징금
범정부 차원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대응
범정부 차원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대응
[파이낸셜뉴스] 학원 강사나 교재 집필진의 경력, 수강생·합격생 수 등을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광고한 대학입시 학원·출판사들이 억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범정부 차원의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대응 일환으로, 지난 7월 조사에 착수한 지 4개월만에 제재 내용이 확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개 입시학원·출판사의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과징금 18억30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디지털대성, 메가스터디교육, 에스엠교육, 이투스교육, 하이컨시 등 5개 학원사업자와 메가스터디, 브로커매쓰, 이감, 이매진씨앤이 등 4개 출판사업자다.
과징금은 메가스터디교육이 11억9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이컨시(3억1800만원), 디지털대성(1억6600만원)에도 1억원 이상의 과징금 제재가 결정됐다.
공정위가 적발한 사교육 업체들의 거짓·과장 광고는 총 19개다. 이중 교재 집필진의 경력을 거짓으로 표시·광고한 경우가 8개로 가장 많았다.
메가스터디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고사에 참여한 경력만 있어도 '수능 및 평가원 모의고사 경력'이 있다고 광고했다. 검토위원 경력이 '출제위원' 경력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매진씨앤이와 이투스교육은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교재 저자의 수능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버젓이 노출하고 과장하기까지 했다. 이매진씨앤이는 수능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3회에서 8회로, 이투스교육은 3회에서 7회로 '뻥튀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대인재 학원의 전속 강사가 설립한 브로커매쓰는 '교육과정평가원과 여러분을 은밀하게 이어주는 수능수학 브로커'라고 광고했지만 평가원 관련 경력은 전혀 없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학원 강사의 교재를 홍보하면서 평가원 시험 출제위원들에게 자문했다고 썼지만 실제 관련 자문은 전무했다.
이감은 수능 출제 경험자 집단이 모의고사 문항 제작에 참여했다고 광고했지만 사실무근이었다. 모의고사 집필자가 "문학 전공 박사진 15명, 비문학 전공 박사진 16명"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박사 경력 연구진은 1명에 불과했다.
수강생·합격자 수, 성적 향상도 등 학원 실적을 과장해 광고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하이컨시는 "메이저의대 정시 정원 2명 중 1명은 시대인재N"으로 광고했지만 이는 실제 의대 진학 실적이 아닌 스스로 추정한 결과였다.
디지털대성은 주관적 판단을 묻는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성적 향상도 1위'라고 광고했고 강좌별 수강생 수를 중복해서 집계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과장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논술 강좌 강사를 홍보하면서 매년 현장 수강생 50명 이상이 합격하는 강의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최대 합격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명 수준이었다.
에스엠교육은 "최다 1등급 배출", "대치·서초 압도적 1위", "수강생 최다 보유" 등 문구를 넣어 광고했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대학 합격 등을 조건으로 학원비 등을 돌려주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100% 환급'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수수료·제세공과금 등은 돌려주지 않았다.
또 '대학에 합격만 하면' 환급금이 지급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합격 이후 재학생인 경우에만 환급을 해줘 매년 100명이 넘는 자퇴생들은 환급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감·이매진씨앤이는 자신들의 부설 연구소가 기업부설 연구소로 인정받은 사실만을 근거로 국어 분야에서 전문성을 공인받은 연구소인 것처럼 포장해 광고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에 따른 교육부 요청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조사개시일(7월 11일)로부터 약 80일만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9월 27일)했고 이후 신속한 심의(11월15일·17일)를 거쳐 위법 여부를 최종 확정하게 됐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없는 것까지 추정하고 짜깁기하면서 원하는 광고 문구를 만드는 등 사교육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광고마저 경쟁하는 관행이 고착화하는 양상"이라며 "사교육 시장의 부당광고 관행이 개선되고 사교육비 부담 경감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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