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기 증거 있어야
법원에서 혼인 취소 사유가 될정도의 사기로 인정 받으려면 조건이 있다. 상대방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거짓 행위를 했느냐가 관건이다. 즉, 자신의 재력이나 기타 신분관계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상대방에게 알리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단순히 스스로 예상한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을 취소해 주지 않는다. 특히 상대방 재력과 관련한 사실여부로 논쟁이 벌어졌을 때 법원이 혼인취소 판단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사한 이유로 보여 법원이 혼인취소를 판결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다만 거짓 행동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이다.
남자인 C씨는 "내 재산이 300억 원이 있는데 결혼하면 그 중 일부를 너에게 주겠다"고 속였다. 이에 D씨는 C씨와 혼인했다. 결혼 후 알고보니 C씨는 재산 300억원이 없었다.
이 사례에서 부산가정법원은 "C씨가 D씨에 한 '결혼하면 수억원의 거금을 증여해주겠다는 약속'은 혼인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 그와 같은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즉, 재력에 관해 구체적 내용을 들이대며 속여야 하고, 그것이 상대방이 결혼하는데 결정적 고려 요소가 돼야 혼인취소 사유가 된다.
■허위 학력·직업 등은 '혼인취소'
결론적으로 상대가 배우자에게 재력이 있음을 은연중에 암시한 정도로는 법원이 사기로 인정해주기는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연을 보면 남편 B씨는 "내개 재산이 얼마만큼 있다" 정도로 구체적으로 속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다만 학력이나 직업을 속이고 결혼했을 경우엔 법원이 혼인 취소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다.
법률사무소 로피드 하희봉 변호사는 "성립한 혼인을 취소하고 싶어도 사기를 안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하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면서 "혼인 전 중요한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해야 하며, 혼인취소 됐다고 해도 혼인취소 효력이 혼인시점부터 돌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