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의 탄식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자 청룡의 기운은커녕 시장의 찬바람이 예고돼서다. 예고된 리스크(위험)였지만 태영건설은 눈을 감았다. "신용등급이 어떻게 A-에서 BBB- 이하로 강등될 가능성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애써 자위했다.
서울 여의도 본사 담보대출이 신용등급 강등 수준에 따라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자금회수 요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사(본지 2023년 12월 14일자 '태영건설, 신용등급 강등시 '여의도 본사' EOD 위기')에 대한 반응이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2023년 12월 28일)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워크아웃 소식이 알려진 뒤에야 10단계 아래인 CCC등급(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낮췄다. 그 덕분에 태영건설의 여의도 본사 담보대출은 EOD 발동이 가능한 상태다.
신평사들은 태영건설의 지난해 11월 말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무시했다. 2023년 3·4분기 부채비율이 478.7%에 이른다는 언론의 경고도 있었다. 특히 태영건설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2019년 2036억원, 2020년 2182억원, 2021년 2263억원, 2022년 3388억원, 2023년 6월 4104억원 순으로 급증했다.
돌이켜보면 레고랜드 사태도 뒷북이었다. 강원도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 불이행 리스크에 신한투자증권이 1300억원에 달하는 ABCP를 자체 자금여력으로 떠안았던 사태에도 정부 대응은 늦게 나왔다. 본지는 2022년 10월 11일 '레고랜드 상환불이행 리스크 일파만파…증권사 흑자도산설'이란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증권사의 흑자도산 가능성이 확산되자 지라시 등을 통해 증권사 매물설이 나온 바 있다. 한 증권사는 실제로 A금융지주와 매각협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금융감독원에 "악성 루머"라며 신고하기도 했다.
갑진년(甲辰年)에는 시장의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카나리아'가 귀하게 여겨지길 바란다. '카나리아'를 멀리한 광부에겐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만이 결과였다. 시장의 '사망'을 막을 수 있도록 '카나리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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