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
이해관계 복잡해도 딜 나올 것..크로스보더는 기회
이해관계 복잡해도 딜 나올 것..크로스보더는 기회
[파이낸셜뉴스] "저축은행, 보험사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 캐피탈을 포함해 금융 부문 역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가 2024년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예상하는 판도 변화다. HMM(옛 현대상선)과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해도 딜(거래)으로 나올 것이란 판단이다.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M&A는 국내 기업의 성장을 위해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사업재편·자원 재배치 수요 급증
박 대표는 8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재무적으로 버티지 못하는 곳은 딜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일부는 회생에 들어가거나 은행들의 채권단 관리로 가겠지만 선제적 사업조정 사례가 나올 것"이라며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사업 조정 관련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금융,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체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년 9월 기준 회생사건 접수 건수는 2022년 말 대비 48%나 증가한 상황이다. 고금리 환경 지속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중심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는 대기업이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 재편 및 자원 재배치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봤다. 밸류에이션(가치)에서 거품이 꺼지면서 새로운 기회 창출이다. 이 사업 재편 과정 중 M&A를 포함한 거래가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은 금융지주사의 확장 니즈(Needs)에도, 개별 산업으로 봤을 때 산업 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은 2023년 매각이 거론된 곳이 5곳 이상이고, 증권사. 자산운용, 캐피탈 등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 운용사간 합종연횡도 예상했다. 현재 운영중인 사모펀드 운용사 400여개 중 100여개는 사실상 '개점휴업'여서다. 매각 가격이 긍정적이지 못한 시장인 만큼 포트폴리오 매각은 늦추고, 새로운 투자 없이 마이너리티(소수지분) 투자 1~2개로 버티는 사모펀드 운용사도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모펀드 운용사간 합쳐지고, 중견급 사모펀드 운용사간 합종연횡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EQT AB(EQT)가 베어링PEA와 합병되는 큰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고 밝혔다.
다만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다. 내년 원매자의 가격 저항이 큰 만큼 매도자들이 지금 가격을 고수하면 거래 성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업 이사회의 이사진들도 밸류에이션에 민감한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는 "금리가 지금처럼 고금리로 지속되면 기존의 추정가치 대비 30%는 할인돼야 '밸류에이션 갭(가치 차이)'이 메워질 것이다. 다만 금리가 낮아지는게 확실하면 밸류에이션 조정은 10% 이상 수준일 것"이라며 "CFO(최고재무책임자)들이 '과다한 확장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내년 하반기에 인수금융 금리가 1%p 하락이 기대되지만, 딜 활성화를 위해선 밸류에이션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밸류에이션 조정이 일어나면 거래 조건 자체는 복잡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가격이 올라가는 국면에서 조건으로 딜 성사 가능성을 높였던 만큼, 딜 성사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는 견해다. 2022년부터 원매자의 후순위로 재참여, 콜옵션, 풋옵션 등 조건 등으로 딜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사례가 많았었다.
크로스보더 M&A도 돌파구다. 기존 중국에 투자하던 해외투자자들이 한국보다는 동남아와 일본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다. 인도나 인도네시아는 리스크(위험)는 있지만 높은 성장이 예상되고, 일본은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다. 한국이 '일본 만큼 안정적이지도 않고 하이 리턴도 적다'는 인식이 해외 투자자에게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좋은 기업과 사업에 해외투자자들의 투자관심을 늘리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라고 봤다.
그런만큼 삼일PwC도 크로스보더 M&A 관련 자문기회를 확장하고 있다. 20여명에 달하는 크로스보더전문팀이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돕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유럽, 미국 등에서 케미칼(화학), 소재 기업 인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 유럽, 호주에 대한 자문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양홀딩스가 미국 화학 소재 기업인 '버든트'를 33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삼일회계법인의 단순 실사를 넘어 인수자문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사례다.
■고객이 훌륭해졌다..'전문성' 사활
그는 '전문성' 배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의 빠른 변화 탓이다. 2023년 9월에는 컨설팅 부문 내에 딜을 위한 전략팀인 '스트레티지 포 딜'을 신설키도 했다.
그는 "M&A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보면 '고객이 훌륭해졌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며 "이에 M&A 업무를 모빌리티, 테크, 소비재산업, 금융 팀 등 산업조직으로 바꿨다.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을 늘 파악할 수 있게 했다. M&A센터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준비한다. 산업쪽 인력을 다수 보유한 컨설팅 조직과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IB(투자은행) 대비 M&A에서 경쟁력도 키운다.
그는 "회계법인 어드바이저리(자문)들이 과거 미들마켓 M&A에 집중하고, 대기업 및 사모펀드 운용사의 딜에서 실사만 주로 담당했다면 이제는 대기업, 사모펀드 운용사 딜에서도 매각자문을 늘리고 있다. 최근 3년 간 급속하게 늘어났고, 2024년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매각자문 제안서 요청을 받고 준비하는 단계를 넘어 기업과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내부인만큼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며 "선제적 대응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2023년 150건 이상 M&A 업무에 참여했다. 쌍용레미콘, 광진화학, 다올인베스트먼트(현 우리벤처파트너스), 에테르시티, SKC 세라믹사업부, 전주페이터 등의 딜에서 매각주간을 맡았다. 인수자문으로는 EQT의 SK쉴더스 인수, 롯데의 일진머티리얼스 인수,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스 인수, HD현대의 STX중공업 인수, 글랜우드PE의 SK피유코어 인수, MBK파트너스의 넥스플렉스 인수 등이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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