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아대학교는 72학번 동문이자 야구부 4번 타자였던 김영도씨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 특별 상영회를 교내에서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베이스볼 하모니는 한국 최초 흑인혼혈 야구선수이자 체육교사, 야구감독이었던 김씨의 인생 역경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미국 기독교 영화제’ 4관왕(베스트 다큐, 베스트 감독, 베스트 작가, 베스트 음악·편집상)이자,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 출품작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컬버 시티와 산타클라리타 시티 극장에서 상영됐다.
동아대 승학캠퍼스 예술체육대학1관 정산홀에서 지난 3일 열린 상영회엔 ‘베이스볼 하모니’ 제작자이자 감독인 홍지영 미국 남네바다주립대 겸임교수, 동아대 야구부 선수, 스포츠단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엔 김씨와 동기인 김창복 전 동아대 야구부 감독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고, 홍 감독이 즉석에서 김씨와 영상통화 연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후배들과의 영상통화에서 “후배들까지 이렇게 만나게 돼 흐뭇하고 행복하다”며 “혹시 내 체구와 체력을 배우고 싶다면 개인운동으로 체력과 근력을 끊임없이 단련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답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엔 김씨가 감독으로 활동했던 부산 대신중학교에서도 특별상영회가 열리며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 1950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김씨는 흑인혼혈에 대한 차별과 설움을 겪으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다 9살 때 고아원에 자처해 들어갔다.
6학년 때부터 야구를 배우기 시작하며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그는 동대문중학교 야구부에 뽑혔고 동대문상고에 진학해 1루수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김인식 연천미라클 감독이 이 시절 그와 한솥밥을 먹었다.
1968년엔 동아대 야구 장학생으로 스카우트 되며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가 됐다. 당시 유일한 지방 팀이었던 동아대를 지휘한 부산의 대표적 야구인 故안영필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 동아대 시절에도 그는 3, 4번 타자와 1루수를 도맡으며 ‘그라운드의 와일드 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중심타선에서 활약하고 신체 조건도 뛰어나며 승부욕도 뒤지지 않았지만 김씨는 한국야구의 주류에 녹아들지 못했다. 후학을 가르치고 싶은 꿈이 있던 그는 동아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1980년 부산 대신중학교에서 체육교사이자 야구감독으로 활동하며 한국 최초의 흑인혼혈 체육교사이자 야구감독이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전국소년체전 우승 등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이종운(전 롯데자이언츠 감독), 박광율(전 삼성라이온즈 선수) 등 제자를 키워냈다.
이 때 결혼하고 두 자녀도 태어났으며 경상도 지역 혼혈인협회 회장을 10여 년 맡기도 했으나, 인종차별은 김씨 가족을 계속 힘들게 했다. 결국 본인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야구도 그만두고 37세가 되던 해 자녀들을 위해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미국 이민 후 야구를 기억에서 잊고 아버지로서 삶을 살았던 그는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에서 비로소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다큐멘터리엔 동아대를 방문한 김씨가 캠퍼스와 야구부 훈련장 등을 둘러보며 추억을 돌아보는 장면도 담겼다.
이날 다큐멘터리를 감상한 동아대 야구부 주장 나성원 학생(체육학과 3학년)은 “차별이라는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야구를 한 선배님이 대단하다. 그만큼 사랑했던 야구를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미국에 가는 희생을 하셨던 것도 멋지다”며 “조금만 더 차별이 없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나라를 대표하는 야구선수가 되시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느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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