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해운사, 후티 반군의 홍해 난동으로 수에즈 운하 우회
항해 길어지면서 운임 급등. 공격 전보다 약 2배 올라
서방 연합함대의 홍해 순찰에도 드론 및 미사일 도발 이어져
美, 예멘 반군 직접 타격 검토중...실제 피해 미미할 듯
항해 길어지면서 운임 급등. 공격 전보다 약 2배 올라
서방 연합함대의 홍해 순찰에도 드론 및 미사일 도발 이어져
美, 예멘 반군 직접 타격 검토중...실제 피해 미미할 듯
[파이낸셜뉴스] 세계 해운 물동량의 15%가 지나는 홍해가 예멘 후티 반군의 난동으로 위험해지면서 국제 해운 운임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운임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서방 국가들은 후티 반군 소탕을 고민하고 있지만 괜히 예멘에 군사력을 동원했다가 중동 분쟁을 키울까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요 해운사마다 운임 올려
세계 1위 해운사인 지중해해운(MSC)은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이달 15일부터 해운 요금을 대폭 인상한다고 밝혔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도 15일부터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을 6m 컨테이너 1개(1TEU)당 3500~3650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항만 터미널의 화물 취급 비용 및 크레인 사용 요금(THC), 성수기 할증료(PSS) 등을 포함할 경우 실제 요금은 5000달러(약 657만원)를 넘어갈 전망이다. 이는 지난달 15일(2300달러) 비용에 비해 약 120%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10일 미 경제매체 CNBC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홍해 및 수에즈 운하의 혼란이 운임 상승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하마스 편에 서서 참전을 선언했다. 후티 반군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이스라엘 연관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은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이집트 시장정보업체 프로젝트44에 의하면 현재 수에즈 운하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5.8척으로 후티 반군의 공격 이전에 비해 61% 감소했다. 스위스 물류업체 퀴네 앤드 나겔(Kuehne+Nagel)에 따르면 현재 홍해 상황으로 인해 기존 항로를 변경한 화물선은 419척에 달한다. 영국 컨설팅업체 MDS 트랜스모달은 해당 선박들의 운송 능력이 565만TEU라며 항로 변경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은 화물 가치가 2825억달러(약 371조3462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화물선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등 대체 항로를 선택하면 항해 시간과 비용이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홍콩 해운업체 HLS은 홍해 사태로 "해운사들이 화주들에게 기본운임인상(GRI)이나 PSS, 기타 비상 추가 요금을 요구할 강력한 동기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태평양 횡단 요금이 2022년 초에 봤던 것처럼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로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과 미국 서해안을 오가는 화물 노선의 운임으로 측정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1일 1010.81에 머물렀으나 이달 5일 1896.65까지 올라 약 87% 상승했다.
CNBC는 해운 운임 상승으로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계절 의류 등의 배송이 늦어지거나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소매협회(NRC)의 존 골드 공급망 부회장은 "애석하게도 현재 혼란이 길어질수록 공급망의 안정 및 효율과 관련된 문제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군사 해법 검토
약 30년의 독재정부를 거친 예멘에서는 2011년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실각하고 과도 정부가 세워졌으며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과도 정부 수반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이슬람 시아파 계열 무장 단체인 후티는 살레 정부의 잔당과 손잡고 반란을 일으켜 2014년 수도를 점령했다. 하디 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로 피신했고 사우디는 배후에 이란이 버티고 있는 시아파 세력을 축출하기 위해 이집트 등 중동 8개국과 연합군을 조직해 2015년 3월부터 반군을 노린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은 2015년만 해도 사우디를 지원했다. 그러나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예멘 내전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2022년 4월 휴전을 통해 일단 전쟁을 멈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티 반군이 정부군의 러시아 장비를 인수하여 장거리 미사일과 공군을 갖춘 데다 8년에 달하는 내전을 버틴 군대라고 지적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19일 헬리콥터를 이용해 바하마 선적의 자동차 운반선 ‘갤럭시리더’호를 납치한 이후 본격적으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을 동원해 홍해를 위협했다.
미국은 지난달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다국적 함대를 구성했으나 현재 함대를 구성하는 배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함선을 포함해 단 5척뿐이다. FT는 해당 함대가 홍해 및 아덴만 근처를 순찰하고 있지만 상선만 치고 빠지는 후티 반군을 전부 견제하기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은 지난 9일 홍해 항로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원거리 공격을 가했으며 서방 함대는 18개의 드론과 3개의 미사일을 요격했다. 후티 반군은 성명에서 "가자지구 형제들에 대한 포위 공격이 멈출 때까지 이스라엘 선박이나 팔레스타인 점령지 항구로 향하는 선박이 홍해를 지나는 것을 계속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회의에서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 중단 및 갤럭시리더호 승무원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같은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가 예멘 내 미사일 및 드론기지, 고속정 정박지에 대한 타격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 역시 후티 반군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군사 행동을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예멘 싱크탱크인 사나전략연구센터의 압둘가니 알 에르야니 연구원은 미국이 공습에 나서도 반군에 치명적인 표적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후티 반군의 지도자는 이미 잠적했으며 절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미군이 후티 반군을 공격할 경우 후티 반군의 정당성과 인기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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