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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시애틀 등지는 엔지니어들, 실리콘밸리 테크 허브 지위 위태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5 06:03

수정 2024.01.15 07:58

빅테크 대량 해고로 엔지니어들 안정적인 비기술 기업 선호
항공우주, 컨설팅, 의료 등 비기술 기업 엔지니어들 싹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리오비스타 인근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리오비스타 인근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지난해 빅 테크들이 대량 정리 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엔지니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을 떠나고 있다. 세계 최고 기술 기업 중 한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까지 버리고 엔지니어들이 떠나면서 실리콘밸리와 시애틀 등의 기술 허브의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현지시간) 기술 분야 해고 현황을 추적하는 레이오프.FYI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에 584개의 기술 기업이 직원을 해고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정리해고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난 2022년에 비해 훨씬 높았다. 실제로 구글을 비롯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세일즈포스 등의 빅테크들은 직원의 6~13%를 해고했다.
X(엑스·옛 트위터)의 경우처럼 회사의 절반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구글은 엔지니어링·하드웨어 팀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아마존은 트위치, 프라임비디오, MGM 스튜디오 사업부 직원을 해고했다. 소셜 미디어 회사 디스코드는 직원의 17%를 감원했다.

반대로 미국 부동산기업 CBRE에 따르면 비기술 기업은 지난 2022년 이후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기술 구인구직 기업 다이스의 지난해 기술 동향 보고서를 보면 기술직 근로자의 60%가 올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의 52%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 자신을 '팡'(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한 직원은 미국 최대 커뮤니티니 사이트 레딧에 "솔직히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회사를 옮기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빅테크 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엔지니어들에게 안정성을 더 중요시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기술 기업들은 단기간에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주식보다 현금을 연봉에 포함시키는 안정적인 고용을 약속하며 기술 분야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비기술 기업들은 실리콘밸리나 시애틀이 아닌 저렴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엔지니어들이 보다 적은 돈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출퇴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트 자일르 다이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기술 인력은 항공우주, 컨설팅, 의료, 금융 서비스 및 교육 산업에서 가장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기술 면접 플랫폼 캐릿의 데이터에 따르면 비기술 대기업은 지원자 10명 중 9명을 채용했다. 반대로 빅테크 생태계의 기업은 지원자 중 3분의 2만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최근 몇 년 동안 더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고성장 덕분에 빅테크 들이 더 많은 기술자들을 채용했지만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다양한 산업에서 기술 혁신으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다.

캐릿의 사장 겸 공동설립자인 제프 스펙터는 "투자자들이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산을 옮기는 것 처럼 기술자들도 안정성을 위해 연봉과 승진을 포기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멘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앞에 일방통행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멘로 파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 앞에 일방통행 표지판이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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