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김정은의 한반도 무력통일 몽니 노림수?..北美담판후 핵보유 인정 목적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6 16:21

수정 2024.01.16 16:38

'주적 대한민국' 헌법 명기 추진..무력통일 법제화
향후 무력도발, '점령' 콘셉트로 수위 올라갈 전망
복안은 전쟁 아닌 오롯이 美와 협상할 환경 조성
"3자 대화 실패·한미일 협력에 韓 방해자 인식"
전제조건, 韓총선·美대선 통한 尹·바이든 약화
하지만 중국도 대만 선거개입 실패.."영향 없다"
지난 2018년 6월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6월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헌법에 평화통일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주적’으로 명기하는 개정을 추진하는 등 연일 북핵을 고리로 한반도 안보위기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쟁 시 점령해 편입’도 반영한다고 거론한 만큼 ‘무력통일’ 목표를 법제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속내는 북핵 고도화 과시를 토대로 한반도 안보위기감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을 북핵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국제사회에서 북핵 협상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北 도발 수위 올리겠지만..속셈은 韓 배제 북미협상
1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은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적대국 관계, 우리나라를 점령·수복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을 명문화하는 터라 당장 무력 도발의 양상도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력통일을 추구하는 데 맞춘 콘셉트로 도발 수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핵무력 법제화처럼 이제 남측 영토에 대한 점령·평정·수복을 선언했기 때문에 도발도 점령을 염두에 둘 것이다. 예를 들어 연평도에 포만 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와서 점령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상징적인 액션이 없으면 허풍으로 볼 것이니까 바뀐 대남 전략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진정 전쟁을 준비하거나 우리나라와 결별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헌법의 권위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고 개정이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를 배제하고 오롯이 미국과 협상할 환경을 조성하려는 심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본지에 “적대관계 헌법 개정은 이례적이긴 하지만 북한에게 헌법은 바꾸기 어렵지도 않고 권위도 당규가 더 높다는 점에서 불가역적인 것은 아니다”며 “상당기간 남측과는 할 게 없다는 판단으로 남북관계는 내부 결속용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를 통해 중국·러시와의 협력 속에서 미국 대선 향방을 지켜보면서 미국·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고 북미 문제로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라며 “2018~2019년 한국을 활용해 북미대화를 했는데 3자 구도에선 북한식 셈법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협력 강화 압박이 커져 방해자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미국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북미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성격이라 실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뉴스1

흡수통일 불안에 조바심 내지만..韓 4월총선, 美 11월대선 개입 어려워
윤석열 정부도 헌법 개정은 내부 결속용이고, 체제 불안이 가중되는 데 따라 ‘흡수통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도발 몽니의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헌법은 최고인민회의 재적 3분의 2 결의로 개정되는 터라, 우리 생각만큼 규범성이 있지 않아서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바뀐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경제난으로 체제 불안이 커지니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부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고 우리 사회 내부 분열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무력통일 의도 선언의 노림수는 경제건설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한국과 결별하겠다는 의미”라며 “경제발전 이전에는 흡수통일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짚었다.

종합하면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해 흡수통일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한미동맹을 최고조로 올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입지가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 대선을 거쳐 흔들려야 하는데, 북한의 무력도발을 통한 선거개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 교수는 “북한의 계산은 긴장 고조를 넘어서서 전면전 양상이 되면 더럽든 깨끗하든 평화가 좋다며 ‘윤석열 정부가 지나치다’는 중도층 여론이 커지게 하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문제아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특히 MZ세대에서 ‘각자 살자’는 생각이 많아서, 소위 ‘북풍(北風)’의 진폭이 과거에는 5%까지 갔다면 지금은 2% 정도로 줄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대만을 보면 중국의 압박에도 친미 성향 총통 후보가 당선됐고, 바깥의 미중만 떠들지 내부에선 당선인은 평화와 안정 메시지를 내고 상대당은 승복해 조용하다”며 “북한이 선거개입 한다는 것도 자의적 해석일 뿐 무슨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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