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이춘희와 피리명인 최경만이 내달 필리핀에서 K국악의 우수성을 알린다.
국악 공연기획사 부지화예술단은 이춘희 명창(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보유자)을 비롯해 피리 연주자 최경만, 모던타악그룹 '표선아소나타' 등이 필리핀 대표 축제의 하나인 '파낙벵가 페스티벌'(2월 1~29일)에서 초청공연을 펼치게 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이들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악인 김명순, 유명숙, 박영애 등이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모던국악을 추구하는 부지화예술단이 12년 전 기획한 공연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계기가 됐다. “대중 연예인들이 전통 국악과 민요를 배워 해외 공연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내용의 당시 방송을 본 필리핀 바기오 시장과 정해철 한인회장의 초청으로 이번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이춘희 명창은 "이번 초청 무대는 전통민요와 모던난타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콜라보 형식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축제 현장에서 펼치는 버스킹 공연과 축제의 하이라이트 격인 거리 퍼레이드에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춘희 명창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 주제곡으로 사용된 '이별가'를 부른 국내 대표적인 국악인이다. 이 명창이 긴 호흡으로 부른 느린 박자의 경기민요 '이별가'는 임 감독 특유의 영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가슴에 아름답게 각인됐다. 특히 천재화가 장승업이 멀리 떠나는 장면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담은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 노래는 이 명창의 품격 있는 목소리가 더해져 한 편의 아름다운 뮤직비디오 같은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모던타악그룹 ‘표선아소나타’가 함께해 전통 타악과 현대 대중음악을 결합한 타악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신명나는 가락과 흥이 더해진 북 장단이 조화를 이루는 표선아소나타의 타악 퍼포먼스는 계절의 변화 만큼이나 자연스러움을 보여줘 국악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다.
한편, 이들이 공연을 펼치는 파낙벵가 페스티벌은 1990년 필리핀 바기오시에 고통을 안겨줬던 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1996년 2월 처음 시작된 꽃축제로, 축제명으로 사용된 ‘파낙벵가’는 필리핀 지역어 중 하나인 칸카나이어로 '활짝 피어나는 계절'이라는 의미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