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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중국 내 증설, 전방 수요 둔화 등 악재가 맞물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빅4'가 일제히 경영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만, 배터리와 태양광 등 사업구조 다변화에 성공한 LG화학, 한화솔루션이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보다 타격이 덜한 가운데 올해 '탈석화' 전략에 각사들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화학 비중 높은 롯데-금호, 타격 더 커
23일 관련 업계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롯데케미칼은 적자 지속, 금호석유화학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40.4% 감소한 679억원으로 예상됐다.
실적 악화 이유는 공급 과잉 및 수요 감소로 각사 주력 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료가를 뺀 마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이 주로 생산하는 에틸렌의 스프레드는 지난해 10월 t당 220달러에서 11월 219달러, 12월 190달러로 떨어졌다.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이 t당 300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팔수록 손해였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또 다른 주력 제품인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폴리프로필렌(PP) 스프레드도 각각 260달러에서 189달러로 27.3%, 204달러에서 196달러로 3.9% 하락했다.
지난해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신사업 도전 의지를 밝히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에프앤가이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64억원으로 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필수 소재인 동박을 생산한다.
금호석유화학이 주력 생산하는 고부가합성수지(ABS)·합성고무·페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t당 649달러였던 ABS-나프타 스프레드는 12월 567달러로 12.6%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합성고무 사업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낮은 수익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성고무는 타이어를 만들 때 주로 쓰인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석화업계에서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LG-한화, '사업 다변화'로 버텼다
반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LG화학, 한화솔루션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 외에도 첨단소재(양극재), 생명과학, 배터리 등으로 사업분야를 다양화했다. 특히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큰 역할을 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1.84% 보유한 모기업으로 연결 실적에 LG에너지솔루션도 포함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한 3382억원이다.
다만 배터리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부진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한 지난해 4·4분기 LG화학 영업이익은 2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개선이 예상되지만 배터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태양광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1% 감소한 1766억원으로 전망됐다. 전통 화학 분야 부진에도 태양광 실적이 이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분기별 200억원대에 불과했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태양광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도 800억원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석유화학업종의 변동성이 너무 심해졌다"며 "올해 '상저하고'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상저하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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