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을 비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 나토가입을 비준한 지 하루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과 전화통화 뒤 소셜미디어X에 올린 글에서 스웨덴 나토가입 찬성 의사를 밝혔다.
오르반은 튀르키예가 스웨덴 나토가입을 비준하면 헝가리도 비준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이날 X에 올린 트윗에서 자신이 스웨덴의 나토가입에 관한 헝가리 시민들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르반은 의회에 '가능한 빨리' 스웨덴 나토가입 비준을 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나토 회원국들은 헝가리가 스웨덴 가입 비준을 질질 끌면서 당황해했다.
오르반은 튀르키예가 23일 스웨덴 가입을 비준한 뒤 "스웨덴의 나토 가입 협상을" 위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를 부다페스트로 초청해 나토 회원국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오르반 총리가 나토 회원국들을 분탕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나토가입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서방과 계속 어긋나고 있는 오르반이 공연히 딴죽을 걸었다는 것이다.
오르반은 또 지난해 12월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유로(약 72조원) 지원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회원국들에 보상해주는 EU 기금 배분도 막아서고 있다.
오르반은 아예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났다.
앞서 헝가리를 포함해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2022년 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가입에 합의한 바 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31번째 회원국으로 나토에 가입했다.
한편 오르반의 이같은 딴죽은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오르반의 집권 피데스당은 의석 3분의2를 장악한 다수당으로 그가 마음만 먹으면 스웨덴 나토 가입 의회 통과는 떼 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과거 오르반의 14년 집권 기간 헝가리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됐다고 비판해 오르반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오르반은 이번에 나토가입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스웨덴을 농락하는 한편 지지층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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