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5시18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1층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된 지 23일 만이다. 피의자는 만 14세 A군이다. 형법상 촉법소년이 아닌데도 그의 형사 처벌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법조인이 적지 않다. 왜 그럴까?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A군은 2009년생으로 촉법소년이 아닌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인 '범죄소년'이다. 범죄소년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 재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당국은 A군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길 수 있다.
소년부로 송치될 경우 형사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자 감호 위탁과 사회봉사명령, 보호시설 감호, 소년원 송치 등이 이에 속한다. 미성년자라 범죄자 신상 공개 대상에선 제외된다. 사실상 처벌 수위가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A군은 사건 발생 두 시간 전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을 만나러 배회하던 중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 A군의 주장이다. 범행에 사용한 돌은 평소에도 갖고 다녔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일반 형사재판인지 소년보호재판인지, 계획범죄인지 우발범죄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정신 병력 유무·가정환경·부상 입힌 정도 등 고려 사항이 많아 수사 과정에서 면밀하게 따져야 하지만 '보호처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수민 변호사(법무법인 현재)는 "19세 미만이 형사법원으로 가는 경우는 이미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거나 정말 악랄한 범죄일 때"라며 "범죄 전력도 없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소년법에 따라서 가정법원으로 가거나 보호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윤호 변호사 역시 "초범인 데다 미성년이면 양형에서 많이 참작되는 편"이라며 "일반 성인에 비해 형량이나 처분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경찰에 체포됐을 때 "난 촉법소년"이라고 한 A군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범행 당시 배 의원의 신분을 재차 묻던 그의 행동으로 볼 때 계획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계획범죄는 재판부에서 형량을 정할 때 가중요소가 된다. 고의가 있었다는 방증인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또 이번 범행이 정치 테러로 인정될 경우 A군은 더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다.
A군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소아우울·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을 앓았고 친구를 집요하게 따라다니거나 괴롭혔다는 내용이 온라인상 퍼지고 있지만, 이런 부분들은 양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만약 습격범이 성인이라면 평소 극단적인 정치 발언을 했다거나 커뮤니티에 올린 정치적인 글이 계획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될 수 있다"며 "미성년자인 경우 평소 정황이나 행실까지 낱낱이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A군 진술의 사실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이어 "경찰 수사로 왜 A군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동기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라며 "A군이 단순히 유명인을 때렸는데 우연히 배 의원이었던 건지, 배 의원임을 인지한 채 공격했는지 A군의 진술를 통해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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