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오는 29일 열리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유예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을 둘러싼 현장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읍소에도 야당의 몽니 탓에 중처법 유예안은 방치돼 있다. 야당이 중처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호소에 귀를 닫아버리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중처법은 중소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지난달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됐다. 이 법은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규정한다. 작업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경영자가 징역형의 처벌을 받게 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 작은 회사일수록 이 법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이 악화되면 애먼 근로자들의 일자리만 사라진다. 민주당도 총선을 앞두고 중소기업 관련 공약을 대거 준비할 것이다. 중소기업 공약은 산업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민생과도 직결돼 있다.
더구나 야당이 중처법 유예안 처리를 계속 반대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갈등 국면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 사고와 대표인 사업주의 잘못 사이에 인과 관계 입증이 어렵고 대표에 대한 처벌이 과도한 점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중소기업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오죽하면 중소업계가 기존의 읍소에서 헌법소원 청구라는 목소리까지 내겠는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하는 순간 중처법 유예법안 논쟁은 단순히 2년 유예라는 절충안을 넘어서는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완전부정하게 됨으로써 사회적 갈등이 최악으로 비등하게 될 것이다.
애초에 여야는 중처법 유예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는 듯했다. 국민의힘이 중처법 적용 대상을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하는 규정 시행을 2년 유예하고 민주당이 법안 처리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 온 산업안전보건청을 2년 후 개청하는 협상안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관련 협상안을 거부했다.
중처법 유예안은 민생 그 자체이며 민심의 반영이다. 오는 29일 본회의가 중처법 유예법안 처리의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정치권이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