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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구하려 어디든 나선다"..외국인근로자 심장환자에 '봉사의 손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4 19:01

수정 2024.03.04 21:54

그린닥터스 국제진료센터 심장내과, 북한이탈동포 진료 등에도 분주
"생명 구하려 어디든 나선다"..외국인근로자 심장환자에 '봉사의 손길'


[파이낸셜뉴스] 3월 3일 일요일 오후 부산 온종종합병원 6층 그린닥터스 국제진료센터 심장내과 임시진료실에서는 50대 후반 심장내과 의사가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환자들은 각양각색의 얼굴모습을 한 외국인들로, 대부분 두려움과 함께 초조하게 자기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진료를 담당한 온종합병원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심장내과전문의)은 심장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 9명을 혼자서 도맡아 심전도검사와 심장초음파검사, X선검사 등을 시행하느라 눈코 뜰 새도 없었다.

그린닥터스는 20여년 째 매주 일요일 오후 2∼5시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6층 국제진료센터에서 외국인근로자, 북한이탈동포 등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평소엔 10명 내외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찾아와 대개 감기나 몸살, 복통, 두통, 치통 등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 3일엔 달랐다.
12명의 환자 가운데 9명이 심장내과 진료실로 몰려든 것이다.

국적도 다양했다. 중국국적이 2명, 베트남인 1명, 우즈베키스탄인 1명, 러시아인 2명, 네팔인 2명에 북한이탈동포 1명도 심장 이상증세를 호소하면서 국제진료센터를 찾아왔다는 거다. 나잇대는 대부분 40대에서 50대 초반까지. 이들은 평소 같으면 일요일 하루는 참아보고 진료하는 이튿날인 집 근처 병원에 가려했겠으나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의대 증원 파동’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대학병원을 이탈하는 바람에 정상 진료가 어려운데다 동네의원까지 조만간 휴업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급히 그린닥터스 국제진료센터를 찾게 됐다는 거다.

이날 심장초음파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한 외국인근로자는 “며칠 전부터 심장 부근에 통증이 느껴져서 크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일요일 진료를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처음엔 억지로 참아보고 월요일 직장에 얘기하고 대학병원에 가보려하다가 전공의 선생들이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큰 병원에서 오히려 진료받기 더 어렵다고 해서 이렇게 서둘러 오게 됐다”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현국 센터장은 이날 6층 임시진료실과 1층 온종합병원 응급센터 옆에 있는 X선 검사실을 수차례 오르내리면서 기진맥진했다.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장인 그는 최근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사직 파동’ 이후 대학병원들의 정상진료 차질로 인해 소속 병원 본연의 진료업무도 폭증해 이미 과부하상태란다. 하루 외래환자만도 100명을 훌쩍 넘기면서도 협심증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관조영술과 관상동맥중재술까지 10여건 정도 쳐내는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단다. 게다가 퇴근 이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응급센터에서 걸려오는 응급 콜까지 응대하느라 번아웃 상태인데도,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수년째 한 달 한두 차례 그린닥터스 의료봉사 활동엔 빠지지 않고 있다.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은 “심장질환은 골든타임을 다투는 응급상황이어서 아무리 바쁘고 힘에 부친다고 해도 눈앞에서 경각을 다투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심장내과 의사의 숙명 같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그린닥터스를 통해 의료봉사에 지속적으로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의사단체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지방의료 살리기와 필수의료분야 인력난 해소책을 모색해주기를 바랐다.

한편 그린닥터스는 지난 2003년 처음 외국인근로자 등을 위한 국제진료센터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20년간 6만여 명의 환자들을 돌봤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소중한 생명-따뜻한 세상-건강한 인류’를 꿈꾸는 그린닥터스 소속 의사들은 지진이나 전쟁 등 재난지역이든, 의료소외지역이든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함께 한다’는 신념으로 의료봉사에 동참하고 있다”며 인류애 구현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려는 그린닥터스 의사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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