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총선을 앞둔 여의도는 어느 때보다 '총선용 진통제'를 팔기 위해 혈안이 된 이들로 가득하다. 여야가 내놓은 금융공약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진통제는 중소·중견기업 고금리 부담 해소와 신산업 전환 명목으로 조성한 총 76조원 규모의 기업금융 지원책이다. 당장 고금리로 인한 수출 감소와 내수 악화 탓에 유동성 위기로 고통받는 중소기업들의 통증을 잠시 줄여줄 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구속이 두려워 투자를 접고, 폐업까지 고민하는 중소기업인들이 그토록 원하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 중소기업계가 "최소한의 준비기간이라도 달라"며 요구한 중처법 유예안이 결국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굶주림으로 인한 아픔이 잠시 사라졌다고 해도 '폐업 공포'라는 독소가 사라질 리 만무하다.
야당이 내놓은 진통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금리부담 및 경영부담 완화 등을 골자로 소상공인 정책자금 2배 이상 확대, 저금리 대환대출 예산 대폭 확대 등의 안을 내놨다. 얼핏 보면 서민들의 고금리 통증을 완화해주는 보통의 진통제이지만, 투약하면 할수록 고물가·고금리 기간을 연장시킨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한국은행의 처방이 무색하게도, 진통제를 맞은 서민들이 고금리 통증을 망각한 채 추가 대출을 받아 소비·투자를 할 경우 물가가 떨어질 리 없다고 지적한다. 자연히 금리는 요지부동 상태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여야가 내놓은 진통제는 장기적인 국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의 통증만 줄여 표를 모으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고물가·고금리 해결은 통화·금융당국의 몫이다. 국회는 당국 정책과 엇박자를 내며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경거망동을 줄여야 한다. 나아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노동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일시적 진통완화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말이다.
yesji@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