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 가운데 한 곳인 유니레버가 19일(현지시간) 아이스크림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직원 7500명도 해고한다.
하인 슈마허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하면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이날 벤앤드제리, 매그넘 등 브랜드를 거느린 아이스크림 부문을 분사하기로 했다. 아이스크림 부문은 유니레버 전체 매출의 약 16%를 차지한다.
지난해 7월 유니레버 지휘봉을 잡은 슈마허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유니레버 저성장 탈출구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방안이다.
그는 유니레버의 아이스크림 부문이 내년 말에는 별도 회사로 상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최종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슈마허는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식품 부문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부문을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할지, 어디에 상장할 지 등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분사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급망이 다른 부문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공급망까지 별도로 움직이는 부문이 굳이 그룹 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스크림 매출이 계절별로 들쭉날쭉하다는 점도 분사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아이스크림 부문은 비중이 작지 않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부문 기업가치는 170억유로(약 24조7000억원)에 이른다.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20%로 업계 수위다.
유니레버가 분사 뒤 기업공개(IPO) 운을 띄웠지만 이는 사실상 사모펀드에 초대장을 보낸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알짜배기 사업을 탐낼 사모펀드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유니레버가 분사를 결정했던 립턴 등 차 사업 부문은 2021년 미 사모펀드 CVC캐피털파트너스가 45억유로에 인수했다.
앞서 2017년에는 유니레버의 잼·버터·마가린 부문을 사모펀드 KKR이 70억유로에 사들였다.
아이스크림 부문과 달리 본사 유니레버는 최근 고전하고 있다.
경쟁사 프록터앤드갬블(P&G)에 밀려 수년째 매출 성장세가 제자리 걸음이다.
증시 상승세 속에서도 주가는 지난 5년 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필수소비재 업종은 7% 상승했다.
한편 유니레버는 아이스크림 부문 분사와 함께 사무직 직원을 중심으로 약 7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전체 직원 12만8000명의 5.9%에 이르는 규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