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구 고령화 시대에 맞춘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임금 연공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관행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2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회복 방안'을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34.4%였다. 55∼64세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36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연구위원은 "중장년층 정규직 노동 수요가 적은 원인으로 연령에 의한 차별 외에도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 특히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정규직 고용 보호 수준이 강한 것도 다른 나라보다 중장년 정규직 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한 연구위원은 "낮은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이어진다"며 "정규직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정년까지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을 이탈한 중장년층 근로자는 재취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짚었다.
현 노동시장 구조는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심화하는 원인으로도 지적됐다. 출산·육아로 정규직 일자리를 떠나면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출산·육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의 효과도 현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한 연구위원은 정규직 임금의 연공체계 완화를 제언했다. 그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며 "특히 공공부문에서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상승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 보호와 관련해서는 부당해고 판정 시 사용자의 금전 보상 신청을 허용하는 등 해고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간제·파견 등의 사용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1년 미만 근속자에게 퇴직금 지급 등 비정규직과의 계약을 종료할 때 드는 비용을 높이는 방안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구직급여 재설계 등 고용안전망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한 연구위원은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은 중장년층 조기퇴직과 여성 경력단절을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 및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도 심각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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