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고속도로 조속 추진 약속
여야도 말뿐 아닌 실천으로 답해야
여야도 말뿐 아닌 실천으로 답해야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지속적으로 반도체 육성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 자체는 반길 만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최강 반도체 기업을 보유한 국가다. 하지만 거대한 인공지능(AI) 물결로 급격한 산업 재편기를 맞으면서 강자의 위치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글로벌 시장은 정부를 등에 업은 기업들의 맹렬한 도전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판세다. 대만의 TSMC는 지난해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에 올랐다. TSMC는 세계의 AI 칩 주문을 지금 싹쓸이하고 있다. TSMC와 삼성의 파운드리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이런 판국에 미국의 인텔은 삼성을 제치고 파운드리 2위가 될 것이라고 최근 선언했다. 급박한 구도 속에 우리 정부가 내놓는 지원책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런 만큼 과감히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말만 많고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허사다. 시장에서 도태될 게 뻔하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도 여야 가리지 않고 반도체 살리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당은 기업의 신규 시설투자 때 주요 경쟁국 지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보조금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전력, 용수, 도로 등 인프라 신속 지원도 공약에 들어 있다. 야당은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을 위해 AI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을 키우고 인재 양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제대로 지켜진다면 세계 선두로 다시 도약하려는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줄 약속들이다.
무엇보다 탁상행정에 피 말리는 일이 더는 없도록 현장의 일처리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인허가 등 복잡한 절차에 발목 잡혀 허송세월을 한 게 한두 해가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120조원을 들여 공장 4개를 짓겠다고 발표한 게 2019년이다.
하지만 주변 지자체의 반발, 토지보상 문제, 환경영향평가 등의 문제로 착공은 수차례 연기됐고 지난해 초에야 첫 삽을 떴다.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5년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땅고르기 작업을 하고 있으니 한시가 급한 기업으로서는 기가 찰 일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도 송전선로 문제로 5년을 허비했다.
매뉴얼에 집착하느라 인허가가 느렸던 일본은 지금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은 착공한 지 1년10개월 만에 완공됐다. 여기서 3년 내 1.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한다. 우리의 인허가는 도대체 왜 느려터지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선거 때마다 개선하겠다고 입에 발린 약속만 하고 끝내 나 몰라라 한 무책임한 정치권도 반성하기 바란다.
특례시지원특별법도 필요하긴 하나 그것이 다는 아니다. 현장의 애로 해소에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선 공무원들도 이를 되새겨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권한을 위임받으면 그 권한을 행사하려 드는 게 우리 공무원들의 행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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