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만큼이나 인구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는 나라가 있다. 우크라이나이다. 한국은 인구와 출산 그래프 자체가 문제지만, 우크라이나는 2년 넘게 지속된 전쟁이 문제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병역법 개정을 둘러싼 크고 작은 반대 시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징집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춘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징집대상 연령을 현행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징집대상 연령 확대로 신병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원래도 적은 청년층...전쟁으로 더 부족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25~26세 남성들도 대다수가 군에 복무 중이라 더 징집할 남성의 숫자가 적다. 이 때문에 정작 징집대상 연령을 하향해도 충원 목표치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들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립 가족·청소년 정책 연구소의 나탈리아 틸리키나 소장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표한 인구 추정치에서 25~26세 전체 인구는 약 46만7000명인데 이중 많은 사람들은 이미 복무 중이거나 우크라이나 외부로 피난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 인구구조상 20대 남성의 숫자가 적다. 1990년대생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징집연령을 하향 조정해도 병력충원이 크게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독립했지만 10여년간 정치·경제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1990년대 출산 인구가 급감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2022년 집계한 인구통계에서 15~29세 남성인구는 약 337만명인데 반해 30~59세 인구는 915만명에 이른다. 현재 상비군과 징집병력을 모두 합쳐 약 100만명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병력도 평균 연령이 43세로 보통 평균연령이 20~30대인 다른나라에 비해 높다.
"저출산이 더 큰 문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구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자가 부족해 출산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의 각국 출산율 집계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미 1989년 출산율이 1.94명으로 2명대가 무너지며 저출산 문제가 시작됐다. 2022년 개전 직전에는 1.16명을 기록해 러시아(1.50명), 폴란드(1.33명) 등 다른 동구권 국가들에 비해서도 크게 낮았다.
최근 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는 출산율이 1명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6월 우크라이나의 신생아 수는 9만6755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8% 이상 급감했다. 월평균 2만3000명 수준이던 신생아 수는 1만6000명대로 떨어졌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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