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원·달러 환율 1354.9원에 마감
5개월래 최고치...“연고점 연속 갱신”
탄탄한 경기에 美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도 위험선호 심리 위축
5개월래 최고치...“연고점 연속 갱신”
탄탄한 경기에 美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도 위험선호 심리 위축
[파이낸셜뉴스]원·달러 환율이 이달에만 연고점을 5번 갱신하는 등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연내 금리 인하 자체를 부정하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중동 정세 불안도 재점화돼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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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호조를 보이는 경상수지를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경우 원화 가치가 절상되고 환율이 내려가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며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도 68억6000만달러로 2017년 2월(74억4000만달러) 이후 2월 기준 가장 컸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고환율이 이어지는 건 견조한 미국의 제조업과 고용지표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로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비농업고용건수도 전월 대비 30만3000건이 늘어나며 월가 예상치(20만건)를 크게 상회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참가자들이 전망하는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지난 9일 51%대로 한 달 전(70%)에 비해 20%p 가까이 떨어졌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론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되면 환율이 내려가야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메커니즘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세계 경제적 상황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준 인사들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며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 자체를 부정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과거보다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어 금리 인상도 여전히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금리 인상까지 언급했다.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을 공언하면서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은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초 102선에서 9일 기준 104선까지 올랐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 서프라이즈는 금리인하를 맹신하던 금융시장에 경각심을 던져줬다”며 “연준과 주요국 통화정책 피벗 시점 차별화가 강달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은 연내 3회 인하에서 2회 인하를 베이스 시나리오로 변경했고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고금리가 너무 장기화될 경우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연방기금선물은 첫 인하시점에 대한 배팅을 9월까지 미룬 상태”라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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