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이탈리아)=유선준 기자】 "Korean rice balls are the best." (한국 주먹밥, 최고예요)
지난 18일 오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허름한 한 건물. 300여명의 외국인이 건물 안팎에 서성이며 연설이 끝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전시장에 비치된 주먹밥 재료들에 눈길이 쏠려 있었다.
이날은 창설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조망하고 민주, 인권, 공동체 정신의 열린 담론을 제안하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이 베니스 현지에서 221일 대장정에 들어간 날이다.
'마당-우리가 되는 곳'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인 니콜라 부리오 등이 참석했다.
전시는 그간 축적된 아카이브 자료들과 소장품,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품들이 공명하면서 광주비엔날레가 30년 동안 지향해온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마당'으로서의 여전히 지속돼야 하는 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막식 관계자들의 기조 연설이 끝나자 주먹밥을 만드는 행사 테이블로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강 시장과 정 위원장은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외국인에게 나눠주며 주먹밥의 유래를 설명했다.
강 시장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게 주먹밥"이라고 강조하자 외국인들은 그제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어머니들이 주먹밥을 담았던 유물인 '양은 함지박'이 소개되자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관람객인 이스벨라 마리아나(에콰도르)는 "주먹밥도 맛있었지만 주먹밥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슬픈 광주의 사연도 인상적"이라며 "여러모로 뜻 깊은 행사"라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비엔날레 현장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먹밥을 먹을 수 있다는 소식을 사전에 듣고 전시장에 몰렸다"며 "광주 정신을 알릴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였다"고 자평했다.
한편, '마당-우리가 되는 곳' 전시는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개괄하고 비엔날레의 주요한 변화를 살핀다. 역대 전시 포스터를 포함해 예술 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 주제, 참여 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지도 등 광주비엔날레가 그간 구현해 온 열네 번의 전시 '마당'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세 명의 한국 여성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그 시작부터 지향해 온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또 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 섹션으로 광주비엔날레 지난 30년간의 발자취를 담고 있는 소장 자료들이 전시됐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베니스비엔날레 기간과 연계해 베니스 현지에서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을 통해 다시 한번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며 "221일 개최 기간 동안 국제 사회가 공감하고 연대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생성되는 의미 있는 전시이자 '마당'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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