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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치매와 음악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3 17:33

수정 2024.05.13 17:33

오페라 '한 여름 밤의 꿈' /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한 여름 밤의 꿈' / 국립오페라단 제공

최근 치매를 앓던 60대가 홀로 배회하다 하수구에서 발견됐다는 사고를 뉴스로 접했다. 여전히 사회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나이임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 간직할 방법은 무엇일까? 음악이라면 사라져 가는 기억의 끈을 단단하게 묶어주지 않을까?

우리는 종종 음악을 들을 때 옛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때의 분위기와 온도까지 다시 느끼곤 한다. 이럴 때의 기억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밀려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억에 감정과 다양한 감각이 연결되었을 때 훨씬 오래, 강하게 뇌에 저장된다고 한다. 특히 음악은 뇌의 다양한 부분을 활성화해 도파민, 옥시토닌과 같은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이 분비되어 기억력 강화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음악은 치매 환자의 사회심리적 지원에 매우 적합하다. 음악을 통해 기억을 깨울 수 있고, 이제까지의 경험과 기억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치매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은 불안, 공포,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안정을 가져다주며, 같은 음악을 함께 즐기며 사교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음악은 이들에게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안정감과 치매로 인한 고립감을 완화할 수 있는 매개체로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음악은 치매 환자의 돌봄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은 환자 뿐만 아니라 돌봄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음악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며, 그것이 환자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언어가 더 이상 그들의 길을 찾지 못할 때 음악이 영혼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부터 음악과 더욱 친하게 지내보는 건 어떨까? 그 음악이 멋진 무대와 아름다운 의상이 가미된 오페라 음악이라면 우리 뇌를 깨우기에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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