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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장벽 넘기도 버거운데… 유럽서도 설자리 잃는 中[中·서방 과열된 패권경쟁]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2 18:15

수정 2024.05.12 19:26

무역전쟁 개시한 트럼프
불공정 보복 '슈퍼 301조' 가동
중국산에 최고 관세 25% 적용
대중국 견제 이어가는 바이든
취임 초 물가관리 차원 수입 확대
자국기업 위협하자 방향 틀어
中 수출 상품·서비스 총액
1805억달러→1947억달러로↑
수입액은 1100억달러 가량 줄어
'첨단반도체 옥죄기' 나선 美
5년 새 무역수지 적자 32% 급감
수출규제 리스트 319곳으로 확대
디플레 위기에 빠진 中
전기차 태양광 등 초저가 내세워
유럽·아시아·남미 등 수출 공세
EU, 中 불법 보조금 행위 조사
"최고 관세 50% 올려야" 목소리
강제노역 생산 수입품 판매 막아
美 무역장벽 넘기도 버거운데… 유럽서도 설자리 잃는 中[中·서방 과열된 패권경쟁]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6년째 접어드는 가운데 유럽까지 중국을 견제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활로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오랜 보복 관세로 이미 중국산 수입이 줄어든 만큼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선진 기술을 흡수하지 못하게 막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반면 관세 장벽을 쌓지 않았던 유럽은 일단 밀려드는 저렴한 중국 제품을 막기 위해 노력중이다.

■'양' 줄인 美, '질'로 격차 벌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18년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따른 보복을 허용하는 미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를 발동했다. 중국산 제품에 품목별로 각각 15%,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개시했다.
그는 2020년 중국과 무역합의를 통해 보복 범위를 줄이고 일부 15% 제품군의 관세를 7.5%로 줄였으나 퇴임까지 중국과 대립했다.

지난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임자 트럼프를 비방하면서도 그의 대(對) 중국 보복 관세는 대부분 유지했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초기 코로나19 창궐 및 국제 공급망 손상으로 물가가 뛰자 중국산 수입 확대로 물가를 잡으려 했지만 최근 중국이 수출 확대로 미 기업들을 위협하자 방향을 바꿨다.

두 대통령의 공세 결과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상품과 서비스 총액은 2018년 1805억9600만달러에서 2023년 1947억4300만달러로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5583억2400만달러에서 4481억1200만달러로 감소했다. 5년새 미국의 대중국 상품 및 서비스 무역 수지 적자규모가 32%나 급감한 것이다. 바이든은 대중국 무역 적자가 줄어들자 중국이 미국의 기술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게 막았다. 그는 특히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옥죄기 위해 '수출규제 명단(Entity list)'을 확대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10월 미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생산 장비를 팔지 못하게 막았으며 수십 곳의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미 경제지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바이든은 약 2년의 임기 동안 319개의 중국 기업 및 조직을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했고 이는 트럼프가 4년 임기 내내 추가한 숫자(306개)를 넘어서는 규모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과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며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않도록 우리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덤핑에 놀란 유럽

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디플레이션) 위기에 처한 중국은 미국과 무역 전쟁이 계속되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와 소비가 모두 가라앉자 정부 지원으로 일단 공장을 돌린 다음, 살 사람이 없는 생산품을 유럽과 아시아 및 남미 등에 저가로 수출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섰다.

중국과 거래에서 미국만큼 무역 장벽을 쌓지 않았던 유럽연합(EU)은 밀려드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관련 제품들은 친환경 경제 전환을 추진하는 유럽에서 시장을 석권했다.

FT는 지난 3월 비정부기구이자 범유럽 환경연구단체인 유럽운송환경연합(T&E)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유럽에서 팔린 전기차 가운데 19.5%가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의 전기차는 8%였으며 나머지는 미국 테슬라, 프랑스 르노, 독일 BMW 등 다른 브랜드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전체 중국산 비중은 올해 25.3%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중국 브랜드 비중은 11%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 중국 브랜드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2027년에는 20%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순수 전기차 생산에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었는지 조사한다고 밝혔다.

미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15~3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수 있지만 이 세율로도 중국 전기차를 저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EU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관세율을 40~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 전기차에 27.5%의 관세를 적용한다.

EU의 압박은 다른 무역 관행으로 번지는 추세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중국 내 공공기관 의료기기 조달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이 우대받거나 EU 기업들이 차별을 받는다며 직권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U는 9개월~1년2개월의 조사를 마친 뒤 중국과 차별 관행 해소를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EU 공공 입찰에서 중국 의료기기에 같은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또한 EU의 유럽 의회는 지난달 23일 강제노역으로 제작된 수입품의 EU 판매 금지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늦어도 2027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며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생산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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