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14일 이후 中 전기차 관세 102%로 올릴 수도
트럼프 "나라면 200% 인상"
中 전기차 관세 20% 오르면 韓 전기차 수출 10% 증가
中 부품 관세 오르면 中 부품 사다 쓰는 韓도 손해
트럼프 "나라면 200% 인상"
中 전기차 관세 20% 오르면 韓 전기차 수출 10% 증가
中 부품 관세 오르면 中 부품 사다 쓰는 韓도 손해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이르면 14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약 4배 인상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한국 역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중국산 완성차를 겨냥해 관세를 올린다면 한국 기업들이 이익을 보겠지만, 전기차 부품에 관세를 올릴 경우 한국도 피해를 입는다고 추정했다.
中 전기차에 102% 관세 적용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하는 미국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중국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붙였고 현재 27.5%에 달하는 관세로 중국 전기차를 막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3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의 표를 모았다.
미 경제지 포천은 12일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2~4배 올린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27.5%에서 102.5%로 인상될 예정이다.
바이든은 이번주 미 백악관에서 해당 인상을 발표할 예정이며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보도에서 발표 날짜가 14일 이후 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은 바이든 정부가 약 2년 동안 관세 인상 품목을 고민했다며 일부 중국산 태양광 패널 부품의 경우 미 업계의 반대로 인상 목록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과거 무역전쟁을 시작했던 트럼프는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이 자신과 비슷한 노선을 취하자 급히 더 강경한 약속을 내놨다. 그는 WSJ 보도 다음날인 11일 미 뉴저지주 와일드랜드에서 선거 유세를 열었다. 그는 바이든이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며 4년 전에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자신이 세운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지금 제조사들은 멕시코에 그 어느 곳보다 거대한 공장을 짓고 있으며 관세도 없이 미국에 자동차를 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을 이용해 미국에 침투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2월 인터뷰에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일괄 적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11일 연설에서 "나는 앞서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모든 차에 200%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말했다"며 바이든의 100% 인상론을 견제했다.
중국 전기차 관세 오르면 韓 기업 이익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산 전기차가 관세 폭탄을 맞으면 한국의 경쟁 기업들이 이익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미 대통령 직속 연방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8일 '연산가능일반균형(CGE)모형으로 분석한 무역 정책 변화에 따른 전기차 업계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을 언급했다. USITC는 미국 내 수입으로 인한 자국 내 산업피해 조사와 판정, 관세 부과 등의 무역구제조치를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준사법 기관이다.
위원회 소속 전문가 4명은 보고서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을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6개 지역으로 나눈 뒤 미래 예측에 널리 쓰이는 CGE 모형으로 관세 효과를 시뮬레이션 했다. 분석 결과 중국을 제외한 5개 지역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세를 20% 올리는 경우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 규모가 지금보다 62.9% 줄어든다는 전망치가 나왔다. 한국(60.2%), 일본(59.6%), EU(53.6%), 세계 나머지 국가(60.3%)로 향하는 수출 규모도 급감할 전망이다.
금액으로 따질 경우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가장 높은 EU로 가는 수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49억달러·약 6조7085억원)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2억9600억달러·약 4052억원), 미국(2억2500억달러), 일본(2억600만달러)은 중국 전기차 수입량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감소율에 비해 금액은 크지 않았다.
저자들은 중국의 수출이 관세로 인해 줄어들면 다른 지역의 수출량이 늘어난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13.6% 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한국 10%, EU 7.8%, 일본 4.6% 순서였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EU(7.8%), 한국(7.5%), 미국(6.5%), 일본(4.6%) 내부의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등 생산이 늘어나는 4개 지역에서는 전기차 부품 생산이 2~2.9% 증가하고 중국산 부품 수입 역시 1.6~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의 거시 경제 또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보고서 저자들은 수출 감소로 중국 소비자들의 복지 수준이 26억달러(약 3조5596억원) 가까이 줄어든다고 추정했다. 반면 수출이 늘어나는 미국(7억900만달러), 한국(1억7300만달러·약 2368억원), 일본(1억2500만달러)의 소비자들은 복지 수준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를 많이 쓰는 EU의 소비자 복지 수준은 중국산 감소로 소비자 효용이 크게 내려가면서 6억15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부품 겨냥하면 韓도 피해
보고서 저자들은 5개 지역에서 중국의 전기차가 아닌 전기차 부품에 매기는 관세를 20% 올리는 시나리오도 분석했다. 중국의 전기차 부품 수출은 5개 지역에서 관세 제재를 받을 경우 23.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완성차와 마찬가지로 부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품 수출은 37.9% 늘어나고 EU(43.8%)와 일본(23.1%), 미국(22.1%)의 수출도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중국 밖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들은 중국 부품 가격이 오르면 곤란해진다. 상당수 기업들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전기차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전기차 생산은 부품 관세 상승 시나리오에서도 각각 2.7%, 1.9% 증가하지만, 한국과 EU의 완성차 생산은 각각 4.1%, 11.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관세 장벽으로 해외에 빠져나가는 부품이 줄어들면 오히려 이득이다.
보고서 저자들은 부품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 내 부품 시세가 내려간다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수출 가격이 0.06%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는 한국의 전기차 수출 가격은 3.6%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EU(4.8%), 미국(2%), 일본(1.8%)의 전기차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중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전기차 물량은 19.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20%)과 미국(18%), EU(13.5%)로 향하는 수출도 늘어난다. 보고서 저자들은 중국산 부품에 관세가 붙는다면 중국 소비자의 복지가 36억달러 감소하고 일본과 미국의 소비자 복지는 각각 4억6300만달러, 2억7900만달러 증가한다고 내다봤다.
한국과 EU의 소비자 복지는 각각 5200만달러(약 711억원), 3억85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해도 전기차 수출에 큰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 민간기구 세계경제포럼(WEE)의 샹 장 디지털 자동차 국제협력조사센터장은 12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전기차 대부분이 미국 브랜드의 중국 공장에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브랜드는 거의 없다며 "미 정부의 관세 인상은 미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더 큰 손실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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