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6년 반만 방중..4시간 회담
북러 군사협력·안보리 등 문제제기
북러 밀착 위협에 中 견제 역할 주문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도 직접 촉구
한일중 정상회의 등 모멘텀 활용
한중 고위급·인문 교류 확대 공감대
다만 왕이, 북핵에 원론적 입장만
북러 군사협력·안보리 등 문제제기
북러 밀착 위협에 中 견제 역할 주문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도 직접 촉구
한일중 정상회의 등 모멘텀 활용
한중 고위급·인문 교류 확대 공감대
다만 왕이, 북핵에 원론적 입장만
[파이낸셜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중국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역할 촉구, 북한 이탈 주민 강제북송 중단 등 안보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에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장관은 이날 우리나라 외교장관으로는 6년 반만에 중국 베이징에 방문해 왕이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벌였다. 4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선 안보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북한이 통일을 부정하고 남북을 적대적 관계로 규정지으며 위협적 언사와 각종 도발을 통해 한반도를 비롯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러시아와의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지속해 우려된다”며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맺고 불법적 무기거래를 하면서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견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특히 중국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언급한 건, 최근 러시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연장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패널이 사라지면서 유엔 대북제재가 사실상 무력화 수순을 밟게 됐는데, 당시 중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또한 조 장관은 중국이 우리 정부의 만류에도 최근 탈북민 강제북송 움직임을 재차 보이는 것을 겨냥해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있다”며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탈북민과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 방점을 찍은 만큼, 강제북송 여부는 중국이 남북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한반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읽힌다. 조 장관은 직접적으로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며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조 장관이 이처럼 거침없이 안보 문제를 제기한 건 한중관계 개선 모멘텀을 맞아서다. 이달 말에는 한국·일본·중국 3국 정상회의가 계획돼있고, 최근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가 방한하는 등 양국 고위급 교류가 줄지을 예정이다. 조 장관은 이런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회담에서 왕이 부장에게 방한 초청을 하기도 했다.
이에 조 장관은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선 어느 한 쪽이 아닌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며, 난관이 있더라도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고위급 포함 다양한 수준의 전략적 교류·소통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장관은 양 국민 간 상호인식 개선과 우호정서 증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측이 다양한 교류를 촉진해 나가기로 합의키도 했다. 그 일환으로 지방정부 간 교류 활성화와 인문교류 촉진위원회 등 양국 외교부 주도 각종 교류·협력 사업 재개에 공감했다.
다만 왕이 부장은 조 장관이 제기한 안보 문제에 대해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하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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