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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 때리기'… 中경제 견제·대선 승리 겨냥한 승부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14 21:36

수정 2024.05.14 21:36

대선 앞두고 301조 활용 보복관세
올해부터 3년간 24조6510억 규모
"핵심분야 투자 지원·고용창출 목표"
"경제파장 미미… 상징적 조치 불과"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초청 행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초청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초청 행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초청 행사 중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와 반도체, 친환경 제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보복관세를 매겼다. 외신들은 이번 인상의 경제적 여파가 미미하다며 상징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102.5%·태양전지 50%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보복관세 인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보복관세 규모는 180억달러(약 24조6510억원)에 달한다. 올해부터 3년에 걸쳐 보복관세가 부과된다.


가장 인상 폭이 높은 품목은 전기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18년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따른 보복을 허용하는 슈퍼 301조를 발동했다. 당시 그는 중국산 제품에 품목별로 각각 15%,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트럼프는 2020년 중국과 무역합의를 통해 보복 범위를 줄이고 일부 15% 제품군의 관세를 7.5%로 줄였으나 퇴임 때까지 중국과 대립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보복관세를 대부분 유지했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중국 전기차에 기본적인 수입차 관세 2.5% 및 슈퍼 301조에 의한 보복관세 25%를 적용, 27.5%의 관세를 적용한다. 바이든 정부는 14일 발표에서 보복관세를 25%에서 올해 안에 100%로 높인다고 밝혔으며 최종 관세는 102.5%가 된다.

백악관은 전기차 외에도 올해 안에 모듈의 조립 여부와 상관없이 태양전지의 보복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0~7.5%인 철강 및 알루미늄의 보복관세도 올해 25%까지 오른다. 이 외에도 올해 안에 보복관세가 오르는 품목은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7.5%→25%) △배터리 부품(7.5%→25%)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STS크레인(0%→25%) △주사기 및 바늘(0%→50%)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보호장비(0~7.5%→25%) 등이다.

일부 품목의 인상은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중국산 반도체에 적용되는 보복관세(25%→50%)는 2025년까지 인상된다. △리튬이온 비전기차 배터리(7.5%→25%) △의료 및 수술용 고무장갑(7.5%→25%) △천연흑연 및 영구자석(0%→25%)에 대한 보복관세는 2026년까지 오른다. 일부 핵심광물에 대한 보복관세는 올해부터 0%에서 25%까지 올라간다.

■中 반발, 실제 무역제재 효과는 미미

백악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바이든의 경제계획은 미국의 미래 경제와 국가안보를 위해 중요한 핵심 분야에서 투자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혁신과 관련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은 미국 업계와 근로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은 인위적인 저가수출로 세계 시장에 제품이 넘치게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은 지난달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3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의 표를 모았다. 아울러 미국 항구에서 운용 중인 STS크레인의 80% 이상은 중국산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언론들은 해당 크레인으로 미국의 무역정보가 유출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복관세를 맞은 반도체, 배터리, 태양전지 등의 품목들은 대부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경제성장 및 공급망 재건에 필요한 품목이며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

중국의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바이든 정부의 발표 직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 부가 관세에 반대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로 미중 무역에 큰 변화는 없다고 예상했다.


올해 1·4분기 미국에 수출된 중국산 전기차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하위 브랜드인 폴스타 차량 2217대에 불과했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태양전지 역시 전체 수출량 대비 0.1% 미만이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보복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 내 물가상승률이 0.0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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