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인 기업 비방에 최소한 제동장치 마련해야

온·오프라인공간서 무차별 확산
기업가치 악영향에도 대응 미미
재계 "법률 개정 시급" 목소리

가상 공간에서 도를 넘는 악성 댓글과 사옥 주변의 불법 시위가 만연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근거없는 비방으로 기업가치가 삽시간에 추락하는 경우도 있어 법률 개정 등 사회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유명인뿐 아니라 기업들을 대상으로 악성 댓글이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근거 없이 기업을 비방하는 댓글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거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폐업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악성 댓글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드는 비방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지만 때로는 너무 과도하게 해석되면서 기업 활동을 침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실제로, 과거 A생수 업체는 수원지에 분뇨가 유입됐다는 근거 없는 악성 댓글이 유포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지만, 망가진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대기업 사옥 인근에서는 연중 내내 시위대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극심한 소음을 내고 있다. 허위 사실과 혐오적인 표현들이 적힌 불법 현수막과 천막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기업 신뢰도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시위대의 민원과 시위 진압 과정의 불법 가능성을 우려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서초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삼성 서초 사옥과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에 설치된 불법 천막이 철거된 사례가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불법 시위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명예·권리 보호 의무 간 균형점 찾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국회에서도 악성 댓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자 규제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단 우려 때문에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도 논의됐지만, 결국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될 처지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온라인 공간에서의 악의적인 비방과 오프라인 불법 시위는 기업의 명예와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mail]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