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北협박에 '대북전단 금지' 조치
대통령실 "우리 정부는 협박 안 통해"
"시간 끌지 않고 필요조치 절차 추진"
대북확성기 위한 군사합의 정지 검토
다만 남남갈등 노려 오물풍선 지속 전망
대통령실 "우리 정부는 협박 안 통해"
"시간 끌지 않고 필요조치 절차 추진"
대북확성기 위한 군사합의 정지 검토
다만 남남갈등 노려 오물풍선 지속 전망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은 2일 북한이 오물풍선과 탄도미사일 등 잇달아 도발하는 데 대해 내부분열 의도라고 분석하며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북한의 협박에 못 이겨 대북전단 금지에 나섰지만, 윤석열 정부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 조치를 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 정부한테는 이런 더러운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020년 북한은 탈북민 단체가 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해 오물이 담긴 대남전단을 보내겠다는 것은 물론 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에 이르기까지 갖은 협박을 담은 성명을 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고려하겠다며 남북관계발전법에 대북전단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이때와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북한은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는 의도인데, 불쾌감과 불결함은 줬지만 우리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하고 있다”며 “시간을 끌지 않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절차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이미 두 차례나 살포한 만큼,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비롯한 상응조치를 빠르게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혹은 전체를 효력정지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 나서 “우리는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고, 분명히 경고하는데 북한은 오물풍선이나 GPS 전파 교란 같은 도발들을 다신 하지 말라”며 “반복될 경우 우리의 대응 강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도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추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북전단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화가 담겨 북한 정권으로선 크게 민감한 문제이고, 오물풍선 살포가 지속돼 우리 국민에 실질적 불편을 줘야 ‘남남갈등’ 유발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점에서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우리 국민들이 아주 기겁을 하게 만들어서 대북전단을 보내지 말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 자중지란에 빠지게 하려는 것”이라며 “그런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중단해버리면 북한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기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오물풍선은 한국을 귀찮고 불편하게 만들어서 내부에 대북전단을 막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만들려는 의도”라며 “대북전단은 김 위원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탄생의 비밀이 담겨있다 보니 북한 당국에선 무어라도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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