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 삼아 오물풍선을 살포하며 벌어진 남북 간 긴장 국면이 10일 잠시 가라앉았다. 다만 ‘확성기 대결’ 채비를 한 채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재개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이날에는 실시하지 않고 언제든 방송할 수 있는 상태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전날 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나서 대북전단과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실시하면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내놓고, 오물풍선 살포는 멈췄다.
이는 남북 양측 모두 확전 위험을 인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9·19 남북 군사합의가 지난해 북한의 파기 선언, 최근 우리 정부의 전면 효력정지 결정으로 무효화돼서다. 군사분계선(MDL)과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남북 모두 군사조치가 가능해진 상황인 만큼, 쉬이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수 있다.
북한이 ‘100배 보복’ 으름장을 놓고도 휴지 7.5t을 실은 ‘휴지풍선’ 1400여개 살포를 주장하며 경고하는 데 그친 것도 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경고 담화에서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라고 언급키도 했다.
우리 군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시적으로 멈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확전일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남북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지 않도록 관리에 나선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비군사적 도발인 오물풍선에 비군사적 대응을 하는 건 군사적 확전 위험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확전 불안을 조성하면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벌써 야당에서 국지전 가능성이나 오물풍선을 격추하라는 위험한 주장이 나오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남북 긴장 관리이다. 합참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밝히면서 북측의 대남 확성기 설치 동향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남북이 언제든 확성기 대결로 맞붙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북 확성기는 북한이 극히 민감해하는 경향이 강해 자칫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은 2015년 대북 확성기를 조준사격 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확성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군사적 반응까지 갈 가능성이 높고, 우리도 군사적 대응을 하면 확전으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짚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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