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국가 등 서명하지 않아 러시아 영향력 살아있음 보여줘
[파이낸셜뉴스]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것을 논의하기 위한 평화회의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동성명(코뮈니케) 합의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참가한 100개 국가 및 국제단체 대표 중 상당수가 서명에 합의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외교적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지적됐다.
16일(현지시간) CNN과 AP통신 등 외신은 스위스 뷔르겐슈톡에서 이틀간 100개 국가 및 국제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정상 회의가 80개국만 코뮈니케에 합의한채 끝났다고 보도했다.
코뮈니케는 어떠한 국가에 대한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주권과 독립, 모든 영토의 보전도 포함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자국의 원전을 사용하도록 허가해야 하며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위협이나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전쟁 이후 강제로 러시아로 끌려간 성인과 어린이들의 송환도 촉구했다.
CNN은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이자 브랙스(BRICS) 소속인 인도와 사우디아바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대표를 보냈으나 서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통령이나 총리를 비롯해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교황청 대표가 참석했다.
또 인도와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국가들은 외교장관이나 하위급 정부 관리를 보냈으며 핵안전과 식량안보, 포로교환 같은 문제를 담고 있는 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 러시아는 초청을 받지 못했으며 중국은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볼리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스위스 회의를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일부 국가에서 다음 평화회의 개최를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채 우방국들의 국가 안보 고문들이 가까운 장래에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평화가 단숨에 얻어지지 못할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하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내줄 것과 우크라이나군 무장 해제까지 고집하고 있어 미래에 취약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어떠한 나라도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애당초부터 러시아가 초청을 받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우려해왔다.
중국과 브라질은 평화를 위한 별도의 대안을 물색해왔다.
카타르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 대표들의 대화를 주선해 전쟁으로 흩어졌던 어린이 34명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 하루전인 지난 1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와 동부에서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하도록 하는 평화방안을 내놓으면서 러시아군이 철수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줬다.
BBC는 이번 회의에서 사우디와 인도, 남아공이 기권하는 등 84개국만 코뮈니케에 서명한 것은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입증시켰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다음 평화 정상회의를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크라이나가 간접 시사했으며 스위스 정부를 비롯해 러시아의 참가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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