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가 철강업계의 난제인 탄소 배출 감축은 기업의 투자 부담 완화와 규제 개선 등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토로했다. 현대제철은 새 전기로 개발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탄소 직·간접 배출량을 12%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힌 상태다.
"탄소 감축 앞장, 부담도 사실"
서강현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에서 기자와 만나 "철강업계에서 탄소 감축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설비를 개선해야 하고 산업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 나갈까에 대해서는 정부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정부와의 협력은 세제혜택, 인센티브 제공 등 비용 지원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결국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정부 지원 없이 기업 혼자 목표를 이루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449억원이던 현대제철 환경 투자비는 1년 만에 1214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등했다. 업계는 현대제철의 지난해 환경 투자비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예측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전환 과정에서 설비를 전부 다 바꾸는 비용과 수명이 남은 설비들을 못 쓰게 되는 매몰비용을 합치면 (정부 지원 없이)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고로에서 나오는 부생 가스로 전기도 만들어 사용하는데 이 부분이 사라지는 것도 반갑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친환경 전환 흐름에 발맞춰 △저탄소제품 공급 확대 △친환경 제철소 체제 전환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로 신설 투자·친환경 설비투자·저탄소 원료 투입 확대와 전기로 기술 고도화 및 대형화·수소환원기술 적용 확대·신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등을 포함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2018년 3026만t 규모였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 2663만t,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무상 배출권보다 감축 노력 봐달라"
서 사장은 꾸준히 제기되는 '정부의 무상 탄소 배출권 반대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현재 정부는 철강사 등 기업들에 무상으로 탄소 배출권(탄소 배출 할당량)을 주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철강업계 할당 규모가 너무 커서 오히려 탄소중립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서 사장은 "단기적으로 철강업계가 탄소 무상 배출권을 통해 얻는 혜택이 있지 않느냐는 시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바꿔야 하는 게 많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며 "여기서 나오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지 국가와 기관, 산업 등이 논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전통적 제조기업들이 배출권을 통해 얻는 이익도 있지만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설비 전환 등 투자 부담을 감수하는 노력을 봐달라는 것이다.
서 사장은 내부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서 사장은 "타운홀 미팅을 매년 할 예정"이라며 "구성원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지속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지난 5일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직원들과 소통했다. 서 사장은 "(공유했던) 내년 전략도 시장 환경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며 "수정되는 부분은 계속 공유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업황은 어둡다고 내다봤다. 그는 "철강 업황이 단기적으로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많이 애쓰겠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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