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기업 특혜라며 인센티브에 인색했던 민주당이 바뀐 게 어딥니까."
더불어 민주당이 다음주 입법 발의를 예고한 K칩스법 개정안과 반도체특별법 제정안에 '보조금'이 제외된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반도체 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감소로 1년 넘게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도 역대 최대 연구개발(R&D)·시설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 왔다.
이 기간, 가장 뼈아프게 다가왔던 점이 바로 '보조금'이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했다. 미국에 2030년까지 약 450억달러(약 62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삼성전자는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반면 국내에서는 보조금 지급은커녕, 올해 말 K칩스법 일몰이 예정돼 기존에 있던 세제 지원까지 끊길 위기에 처해있었다.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에 360조원을 비롯해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과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증설에 1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팹 M15X를 건설에 20조원을, 용인 클러스터 12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마른 수건을 짜내며 국내 투자를 이어온 기업들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지원책조차 반길 일이 돼버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음주 삼성전자 2·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장밋빛 전망'도 경계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2·4분기 영 업이익을 4조1000억∼5조원으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5조∼5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은 이르면 올해 3·4분기, 늦으면 내년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라며 "증권가에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실적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하면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고 전했다. 100조원 정책금융을 담은 민주당 법안은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장밋빛 실적과 맞물리면 '충분한 지원'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금융 프로그램과 보조금 지원은 엄연히 결이 다르다. 더욱이 국내 최저한세는 17%로, 세액공제 한도를 늘리더라도 큰 혜택을 보기 힘들다. 여당과 야당 간 정책 경쟁보다는, 경쟁사와 맞설 수 있는 직접적 지원 방안이 더 절실할 때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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