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처벌 수위는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중 인명 피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최대 5년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운전자가 재판에 넘겨진다면 관련 법에 따라 5년 이내의 금고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사고처리특레법(교특법) 제3조 1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는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고란 교도소에 감금하되 징역과 달리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통상 교특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부주의 등 고의성이 없는 실수로 사고를 낸 '과실범'에 적용한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아닌 형법상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된다. 수사 과정에서 운전자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현행법상 '상상적 경합 관계'에 따라 한 개의 교특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볼 가능성이 높다.
상상적 경합 관계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체적 경합 관계란 동일인이 두 개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것을 의미한다. 다수 인명피해를 냈음에도 선고 가능한 최고 형량은 최대 금고 5년이라는 뜻이다.
만약 실체적 경합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중처벌 1.5배로 최대 7년 6개월의 금고형이 선고 가능하다.
실제 선고는 더 낮을지도... "다중인명피해범죄 대책 입법 필요"
교특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선고 가능 형량이 최대 금고 5년이어도, 양형기준에 따라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그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통사고 치사 사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징역 8월~징역 2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중요소인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위법성이 중한 경우 △난폭운전 등을 적용하면 징역 1년~징역 3년을 권고하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윤원섭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교통사고에서 사망자가 발생해도 2년 이상의 형은 선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5년형이 나오는 것도 매우 특수한 경우"라며 "이번 사고도 판례에 따라 상상적 경합 관계로 하나의 과실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중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청역 교통사고가 9명의 사망자를 낸 다수 인명피해 범죄임에도 상상적 경합 관계에 따라 1개의 죄로 평가돼 최고 형량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며 "공분(公憤)을 산다는 입장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변은 "피해자는 영원히 미래가 사라지고, 가족들은 지속적인 고통받는데 가해자는 단기적인 처벌을 받는 상황"이라며 "시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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