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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인터뷰 내내 '현실 부인'...유권자 불안만 키웠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07 04:30

수정 2024.07.07 04:30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 선거 유세를 위해 데인 카운티 지역 공항에 착륙해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 짓을 하고 있다. 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 선거 유세를 위해 데인 카운티 지역 공항에 착륙해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 짓을 하고 있다. 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밤 방송된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실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토론 참패가 단순한 한차례 실패가 아닌 이번 선거판 자체의 흐름을 바꿀 심각한 사건이라는 민주당 안팎의 비판에 귀를 닫은 모습이었다.

바이든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이 밀리고 있다고 사회자가 지적하자 자신이 보고받은 여론조사에서는 반반인 것으로 나온다면서 트럼프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바이든은 오늘날 여론 조사는 믿을 것이 못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특히 바이든이 이번 인터뷰에서 토론 참패를 만회할 어떤 새로운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지속하겠다고 다짐함에 따라 민주당의 선거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됐다.


나 아니면 안 돼


바이든은 22분 동안 방송된 인터뷰에서 "내가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인물"이라며 "어떻게 하는지도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자신만이 트럼프에 맞설 민주당의 유일한 카드라는 것이다.

올해 81세의 고령인 그는 재선돼도 임기 4년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인지 능력 저하는 없는지에 관해서도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잘 알다시피, 그저 선거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나는 매일 인지검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의 백악관 업무가 자신의 인지능력을 입증하는 검사 결과라는 것이다.

바이든은 여론 조사 결과도 부정하면서 자신이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후보 자리 욕심내는 것


바이든은 자신에게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하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대선 후보 자리를 탐내는 이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이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함께 그를 대선 경쟁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그는 후보 자리를 꿰차려는 욕심을 가진 누군가가 벌이는 짓이라고 폄하했다.

워너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려는 욕심에 바이든 사퇴 압박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워너가 2006년 아주 잠깐 대통령 선거 후보 가능성을 타진한 적은 있지만 지금껏 대선에 나온 적은 없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아울러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용퇴 발언도 부인했다.

힐리 주지사가 5일 성명에서 바이든에게 "그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한 우리의 최고의 희망인지 심사숙고" 하라고 촉구한 발언에 대한 생각을 사회자가 묻자 바이든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했다.

바이든은 3일 밤 백악관에서 민주당 주지사들을 만났을 때 힐리가 그런 비슷한 말도 한 적이 없다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지금 이대로


WSJ은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가장 두렵게 만든 것은 바이든이 지금 이대로 선거전을 지속한다고 못 박은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TV토론 뒤 트럼프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지만 바이든은 토론 당시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완주 의지만 불태우고 있다.

바이든은 지금의 선거 판세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사회자 질문에 "오늘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바이든은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지지층을 모아 놓고 유세를 했다. 짧지만 비교적 활기차게 유세했다.

그렇지만 선거 흐름을 바꿀 어떤 결정적 한 방도 없었다.

선거 유세, 인터뷰 모두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진행됐다.

바이든은 유세에서 자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을 뿐이다.

불안 고조

경합주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인터뷰가 "보기에 슬펐다"면서 바이든과 그의 선거캠페인에 "더 확신을 갖도록 하는 것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하원 의원 마이크 퀴글리(일리노이)는 MSNBC에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고 다른 누군가가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가 이번 주 다시 문을 열면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불안감을 교환하면서 바이든을 후보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WSJ은 바이든의 이날 인터뷰는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한다면 이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 압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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