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금융주가 잇달아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폭락장의 여파를 딛고 다시 한 번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상승 여력을 점치기보다는 하방 압력이 높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7일 기업·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998만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약 8000억원(6일 종가 기준) 규모다. 앞서 KB금융은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지만 이와 별도로 또 한 번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같은 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1000만주를 매입 및 소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에도 자사주 1000만주를 소각한 바 있지만, 6개월 만에 추가적인 주주환원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19일 자사주 511만주를 소각한다. 소각예정 규모는 3000억원이다. 지난달 신한지주는 2027년까지 자사주 5000만주 소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주가 적극적인 밸류업에 나서면서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주가도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5일 전 거래일(8만3200원) 대비 7.69% 하락하며 7만68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8만2200원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간 6.90% 상승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5일 전장 대비 10.12% 빠진 6660원까지 추락했지만, 3거래일 연속 상승세(12.13%)를 기록하며 이날 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5일 8%대 급락 이후 이날까지 약 5%대 회복했다.
다만, 금융주의 완전한 반등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연방준비제도의(연준·Fed)의 ‘빅컷(0.5%p 금리인하)’,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금융주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또 주주환원 정책 역시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LS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각 국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빨라지고, 인하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계 및 기업의 재무 건정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여 금융주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통적으로 성장성 및 수익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하반기 이후 순환적 경기 둔화 국면 진입이 예상돼 밸류업 모멘텀의 희석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앞으로 금융주는 지금까지 제시간 주주환원 계획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확대를 보여줄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며 “이미 주가가 이를 반영해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금융주 내에서도 대형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은 “미국 등의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주가 펀더멘털 측면에서 편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연초 대비 주가 상승폭이 낮았고, 이익 측면 부담이 작으며,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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