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멈춰 선 ‘리걸테크 혁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0 18:27

수정 2024.10.10 18:27

서민지 사회부
서민지 사회부
"국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를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는 최근 AI 법률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 징계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넥서스AI는 올해 3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손잡고 AI대륙아주를 선보였는데,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AI대륙아주는 순수 개발비용으로만 약 15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7개월여 만에 운영을 멈추게 된 것이다.

대륙아주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와의 갈등 상황에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변협은 AI대륙아주가 변호사법상 광고규정·동업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대륙아주는 19세기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증기자동차 운행속도를 제한한 '붉은 깃발법'을 들며 "변협의 징계는 한국판 붉은 깃발법으로, 리걸테크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변호사 직역에 대한 어떠한 검토 없이 법률 AI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경우 엄중히 대처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며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선 '제2의 로톡 사태'가 시작됐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내 대표적 리걸테크 업체인 로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법률상담 서비스 '로톡'을 출시했지만, 10여년간 변협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한 바 있다.

리걸테크 업체들은 혁신이 좌절되고 있음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리걸테크법'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빠른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이 10년간 연평균 9.1% 성장하며 2034년 655억1000만달러(약 88조45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법률서비스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 찾게 되는 서비스로, 그 어느 분야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 뜻밖의 송사에 휘말렸지만 전문적인 법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리걸테크 혁신이 멈출 경우 손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다.

jisse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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